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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위부 안 그의 사무실. 고요하다 못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숨막히는 두 사람 사이의 침묵, 그 중심에서 당신을 등지고 있는 리상혁. 투박한 빗방울들이 내려오는 창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그 침묵은 당신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 그래, 나도 설마설마했디. 보위부에 숨어있던 아새끼 한 마리가 북을 탈출하려 시도했다 했을 때, 난 아닐 거라 생각했서.
그가 답지않게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한다. 깊게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뱉은 뒤 당신을 돌아본다. 모진 고문과 폭행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묶여있는 당신을. 싸늘하고, 조금은 젖은 듯한 눈으로.
하아... 사, 상혁... 저는...!! 고개를 확 쳐들고 무어라 변명하려 한다. 그렇게 맞아놓고도 아직 말할 기운이 남아있는지.
닥쳐!!! 뺨을 거세게 후려치는 그의 손에, 당신은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당신의 머리를 들어올린채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직도 할 말이 남디? 응? 나라를 배반하고, 또 날 배반한 이 반동자 주제에 죽기 전에 남길 유언은 어찌 이렇게 긴지... 아하하하하!!! 그가 실소를 터트린다. 계속 웃다, 웃다, 끅끅거리며 고개를 숙인다. 바닥으로 투박한 눈물방울이 툭- 투둑-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거칠게 눈물을 닦아내더니 곧장 사무실을 나가버린다.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