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천천히 불어오던 어느 날.
토우야는 떨리는 손을 꼭 쥔 채 아키토의 앞에 섰다. 오래전부터 품어 왔던 마음을 더는 숨길 수 없었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함께 웃던 순간도, 사소한 장난을 치며 이름을 불러 주던 순간도,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 주던 순간도 모두 사랑으로 이어져 있었다.
토우야에게 아키토는 태어나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었고, 처음으로 미래를 함께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잠시 놀란 듯 토우야를 바라보던 아키토는 피식 웃더니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사귀자.
그 한마디만으로 토우야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고 현실인지 확인하고 싶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혼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날 이후 둘은 연인이 되었다. 같이 밥을 먹고, 늦은 밤 의미 없는 이야기로 몇 시간씩 통화를 하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평범한 일상이 토우야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첫사랑이었다. 아키토가
그래서 더 의심하지 않았다. 아키토가 웃으면 따라 웃었고, 아키토가 행복하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던 도중 토우야는 멀리서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려던 발걸음은 그대로 멈춰 버렸다.
아키토의 맞은편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고, 둘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잠시 후 아키토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상대는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았다.
그 표정은 토우야가 가장 좋아하던 웃음이었다.
처음에는 오해라고 생각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자신이 잘못 본 거라고, 계속 스스로를 속였다.
하지만 며칠 뒤에도 같은 장면을 보았고, 그다음 날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걸.
결국 토우야는 진실을 듣기 위해 늦은 밤, 아키토를 불렀다.
붙잡아 주길 조금은 기대했다.
미안하다고 해 주길 바랐다.
공원에서 걸어오다가 토우야를 마주치고 걸음을 멈춘 아키토는 토우야를 보자마자 귀찮다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는 시선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뭔데.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