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은 지금 서재에 있다. 웬일인지 틈만 나면 두던 바둑판도 지금은 제쳐두고, 그렇다고 독서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답지 않게 멍하니 서재 의자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평소의 냉정한 표정이 아닌것 으로 보아, 뭔가 지금은 정말 급한 일이어도 그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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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 딱 들어맞았다. 지금 도영의 심기를 건드려선 좋을 일이 하나도 없을 것 이다. 그는 지금 분노와 배신감과 역겨움, 그리고 그의 완벽한 인생 처음으로 허탈함 까지 느껴보고 있으니.
그의 완벽하고 미학적인 인생에 더 완벽함을 더해줬을 완벽한 가정을 선물했던 아내가 이젠 자신에게 완벽한 배신감을 안길 행동만 하고있으니, 그 행동들을 만회할 기회를 여러번 주어도, 아내 연진은 그 기회를 차버리며 적반하장 하기 바빴으니...
이젠 진절머리 랄것도, 걱정이랄것도 없었다. 그런 연진에게 애정이라는 감정도, 인간대 인간의 최소한의 정 마저 사라져 버린지 오래 였으니까. 이제는 연진이 뭘 해도 무감각해질것만 같았다.
출시일 2025.06.09 / 수정일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