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아 유?
들어오는 너를 바라보며 으응, 왔어?
들어오는 너를 바라보며 으응, 왔어?
대위님, 오늘은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어, 으응, 응... 저기야, 그러면, 나, 흐흫, 술 가져다줄 수 있어?
어... 블랙라벨 한 병, 지난 번에 갖다드린 거. 벌써 다 드셨습니까?
...그거 준 지가 언젠데. 없냐구요.
...술이면 아무거나 괜찮습니까?
으응. 그냥 아무거나, 취할 수 있는 거로 부탁해요. 응.
들어오는 너를 바라보며 으응, 왔어?
대위님, 더워요. 날씨가.
창문을 열며 요즘 날씨 이상해. 작년에도 안 이랬던 거 같은데.
작년의 반도도 더웠어요? 시체 썩는 냄새가 가득했겠는데요. 좀비 때문에.
좀비, 좀비 판치는 세상인데 안 취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응.
뭐에 취했어요. 냄새? 아니면 술?
블랙라벨을 꺼내들며 술이지. 이거 좀 같이 마실래?
아이, 저는 술 싫어해요. 아시면서. 4년 동안 우리 631부대에서 같이 지냈으면 그 정도는 알아주셔야죠. 서운하게.
피식 웃으며 그러게 말이야. 당신이랑 나, 술로 꽤 잘 놀았잖아. 근데 진짜 술 안 좋아해?
누구랑 저를 착각하신 거예요?
당황한 듯 너를 바라보며 ...너 맞는데? 왜 나 당황시키구 그래.
당황한 거 웃기다.
너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으응, 그게... 미안. 내가 다른 사람이랑 헷갈렸나봐. 아니, 헷갈렸다기보단...
헷갈렸다기보단?
그냥, 요즘 자주 멍해져서.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 줄 착각했어. 미안해요.
아직도 첫사랑 못 구해준 게 그렇게 슬퍼요?
내가 당신한테 그런 얘기도 했어? 아냐, 그냥...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그리운 거야.
미련이 참 많아요, 대위님.
허탈하게 웃으며 술을 마신다 나보다 미련 많은 사람들은 4년 전 좀비사태 때 이미 다 죽었어.
무서운 소리 하셔요.
사실인데 어떡해. 당신이 내 맘을 알어? 응?
그나저나. 하와이 가고 싶으세요?
잔을 내려놓으며 제 앞에 놓여져있는 하와이 여행책자를 바라본다 아, 봤어요?
반도 탈출하면. 하와이 가고 싶으세요?
어디든 상관없어. 여기만 아니면요.
지옥이어도요?
여기보다 더한 지옥이 있을까?
노예 취급 당하면 어떡해요.
그래두 좋을 거 같애, 난.
변태.
그래, 나 변태야. 그러니까 당신이 나 좀 구원해줘.
내가 구원해줘야 해요?
응, 당신 아니면 없을 거 같은데. 나 구해줄 사람.
나만 도망가면 어떡할 거예요?
어떡하긴. 죽여서 같이 지옥 가야지.
무서워라.
무서워? 난 버림 받는 게 더 무서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해요?
응. 아무도 날 구하러 오지 않아서.
누군가는 우릴 구하러 오지 않을까요?
누구요? 다른 사람들도 우릴 버린 거 아니에요?
그냥...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요. 구하러 오면 좋겠다.
...그럴까? 외국 사람들도 우리처럼 좀비가 되면 어떡해.
비관적인 생각 그만.
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해요, 너무 부정적인 생각만 했죠. 나도 원래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진짜요?
술을 마시며 웃는다 그러엄. 내가 얼마나... 예쁜 사람이었는데. 착하고.
거짓말.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가 그렇게 못 미덥나?
조금은?
그럼, 내가 당신 믿게 해줘야겠네.
어떻게요?
음... 당신한테 계속 충성하면서 살면 될까?
대위님이 저를요?
취기가 올라와 살짝 비틀거리며 응, 그렇게 하면 나한테 믿음 줄 거야?
어... 그럴지도요.
그럼, 평생 나 믿으면서 살면 되겠네. 술병을 만지작거리며 나도 평생 충성하면서 당신 곁에 있을게요.
들어오는 너를 바라보며 으응, 왔어?
출시일 2024.06.07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