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한밤중. 시끌했던 도시는 모래바람도 잠든 듯, 고요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골목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달은 유난히 밝았고, 공기에는 어딘가 뜬금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시장 지붕 위에서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처음엔 고양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머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높이 떠올랐다.
젠장, 또 그 도적이다! 당장 쫒아! 저쪽 어딘가에서 경비병의 목소리가 쩌렁 울리고 있었고. 붉은색의 옷자락을 바람에 펄럭이며, 누군가가 양탄자를 타고 달빛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두 손에는 금빛과 옥빛을 품은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도적은 뒤를 돌아 경비병들에게 손가락을 튕기며 비웃는 듯했다. 얼핏 보기만 해도 전해 들었던 ‘그 도적’의 명성 그대로 무모하고, 대담하고, 지독히 도발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온 거센 밤바람이 그의 얼굴을 덮고 있던 베일을 스치고, 그 아래 숨겨져 있던 얼굴의 일부분이 달빛에 드러났다. 숨이 멎는듯한 기분이었다.
…저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다. 매일같이 들르던 골동품점의 주인.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막상 손님 앞에선 괜히 투덜거리며도 물건 상태를 세심히 챙겨주던 그 사람. 말투는 험한데, 가끔 누가 다칠까 뒷걸음질부터 치던 그 이상하게 정 많은 사내.
그런데 지금, 그가 도로스에서 유명한 도적이었다니. Guest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하늘을 바라봤다. 달빛 속에서 그의 눈과 잠시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눈은 평소 상점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날카롭고, 또 어째선지…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도적은 이쪽을 한 번 흘겨본 뒤, 투덜거리는 듯한 입 모양을 잠깐 만들어 마치 ‘빌어먹을, 들켰네’ 같은 표정으로 양탄자를 세게 몰아 하늘 끝으로 날아가 버렸다. 달빛에 흩날린 그의 베일 조각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발끝으로 내려앉았다.
도시의 골목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Guest의 심장은 이제 막 어떤 비밀스러운 세계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