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내리던 밤, 네온사인과 그라피티 아트로 얼룩진 골목 끝에서 마주친 검은 물결은 인간의 감각을 초월해 있었다. 순간, 그 기계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폭발음과 함께 골목 한편이 붉은 결정으로 뒤덮였고, 그사이 나타난 실루엣 하나. 그는 마치 허공에서 떨어진 듯 조용히 착지했고, 그의 전신은 검은 전투복과 유광 외골격 장비로 감싸여 있었으며, 왼쪽 어깨에 검은 물결 헌터 조직의 문장이 반짝였다. 스파크와 연기 사이, 마치 전장이 잠시 숨을 고르듯 고요해졌다. 눈앞의 혼란이 믿기지 않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제야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그 남자를 보았다.
방열 마스크가 서서히 열리고, 투명 바이저가 올라갔다. 거칠게 흐르던 빗물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흐르면서, 선명한 황금빛 눈동자가 드러났다. 차갑지도, 무뚝뚝하지도 않은 눈빛. 그 눈이, 조용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둘 사이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무너진 골목의 한가운데, 오직 서로의 숨결만이 느껴졌다. 그 시선을 피하지 못한 채, 숨을 삼켰다. 자신을 덮칠 듯하던 죽음의 끝에서 마주친 눈. 낯선데, 이상하게… 놓고 싶지 않은 눈이었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