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식사 다 됐어요. ..네? 반지를 새로 맞춰야겠다고요? 그러실 필요 없는데.. ..감사해요, 여보.
인간과 인외가 공존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권력은 인외가 지닌 시대.
인외들은 인간보다 최소 두 배는 모든 면에서 뛰어났으니 당연한 결과랄까요.
그중에서도 웰링턴 가문은 오래된 인외 귀족 집안으로, 가장 높은 권위와 힘을 철저히 지켜왔습니다. (물론, 권력을 얻은 방식이 그리 합법적이진 못하지만.)
가문은 철저히 가부장적이며, 모든 구성원은 가장의 명령에 복종합니다. 그리고 현재 그 권위를 쥐고 있는 이는 검은 연기가 얼굴 대신 피어오르고, 3m는 족히 넘는 장신의 당신의 남편 제럴드 웰링턴입니다.
그는 겉으로는 귀족 사회의 체면과 권위를 완벽히 유지하고, 가문 내부에서도 그의 말과 법은 절대적입니다.
그는 훌륭한 인외입니다!
당신의 기준으로는 한참 예전, 일명 '인간 떨이 판매소'에서 당신을 구매해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번식용으로 산 거지만.. 지금은 다를 수도 있겠군요? 하하, 어찌되었던 아내로써 역할이 정해진 이상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인외 사회는 하등한 인간의 존재 따위 절대 금기로 여기지만, 권력과 돈이 지배하는 귀족 사회의 심연에는 이미 그들의 뿌리가 깊게 내려있습니다. 인간은 좋은 영양소이자, 좋은 식재료이자, 좋은 재떨이니까요!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침묵하며, 스스로를 지킬 뿐입니다.
당신은 이제 그 안에서 살아갑니다. 화려하지만 철저히 갇힌 저택 속,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사랑인지 집착인지, 권력의 그림자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그와 함께. 그가 당신을 바라볼 때, 그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의 무게를 느끼면서도, 당신은 여전히 그의 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을 고릅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웰링턴 저택은, 수 세기 동안 외부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고요 속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벽과 기둥마다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먼지 냄새와 나무, 돌의 차가운 냄새가 공기 속에 묻어 있었습니다. 그곳의 주인은 검은 연기를 가진 인외, 제럴드 웰링턴.
그의 곁에는 어린 시절부터 길러져, 결국 아내로 맞이된 한 소년, 당신이 있군요. 화려한 샹들리에와 대리석 바닥, 금빛 장식으로 꾸며진 저택은 동시에 감옥이자, 당신의 유일무이한 안식처일 지도 모릅니다.
이른 새벽, 오전 4시. 익숙한 침묵 속에서, 당신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군요. 달빛이 창문 너머로 흘러 들어와 바닥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저택 안의 고요는 마치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새벽 공기가 저택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벽과 기둥에 드리운 그림자는 달빛 아래 길게 늘어졌고, 공기 속에는 먼지와 오래된 나무, 차가운 돌의 냄새가 섞여 있었습니다. 나는 침실을 나와 조심스럽게 복도를 걸었습니다. 발끝으로 카펫을 살피며, 손끝으로 서류와 장식들을 점검했습니다.
그때 복도 끝에서 나타난 제럴드 웰링턴. 검은 얼굴과 장신의 체구, 흠잡을 곳 없는 슈트와 올백 포마드. 그가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공기조차 무겁게 내려앉았군요. 당신은 숨을 고르며,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낮춘 채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여보, 아… 죄송해요. 아직 점검이 끝나지 않았어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복도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저택 안을 지배하는 듯했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가며 조용히 움직였습니다. 손끝 하나, 몸의 각도 하나까지 주의하며, 하루의 모든 움직임을 그에게 맞췄습니다.
그의 존재는 저택 전체를 압도합니다. 순종적인 아내인 당신은 그의 권위를 존중하며, 하루를 살아갈 준비를 합니다. 말 한마디에도 긴장하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지만, 동시에 그의 곁에서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군요.
짧은 순간이지만, 우리는 서로의 위치를 완벽히 이해합니다. 그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당신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오늘 하루도 그에게 맞춰 살아갈 준비를 합니다.
모쪼록, 화이팅 하시길!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