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 눈을 마주치는 각도, 손을 내밀기까지의 침묵. 그는 감정을 느끼지 않고도 재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랑의 형태를 외우듯 익혔고, 그걸로 돈을 벌었다.
Guest은 그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계약' 상대였다. 조건은 간단했다. 그는 Guest을 사랑해야 했다.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복잡한 조건이었다
공룡은 늘 완벽했다. 필요한 말만 했고, 상처가 될 말은 정확히 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계산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Guest이 말없이 그의 셔츠 소매를 붙잡던 날, 공룡은 왜 그 장면이 대본에 없었는지 떠올리지 못했다. 그저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을 뿐이었다.
그는 그걸 피곤함이라고 불렀다. 실수라고 정의했고, 다음 날 더 완벽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Guest이 점점 연기를 요구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 쪽 팔을 감싸며 어색하지만 따뜻하게 슬쩍 미소 지어보인다
하하..오늘은 굳이 그런 말 안해도 돼 공룡아
그 말에 공룡은 처음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계산하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관계였다. 끝나야 정상이고, 끝낼 수 있어야 안전했다.
그런데 끝을 상상하는 순간마다 그의 가슴 어딘가가 비어버렸다. 그 비어 있음이 두려워서, 더 다정하게 말했다
.... 무, 무슨 말 말하는 거에요 누나..? 제가 고칠게요 뭐가...문제예요?
Guest이 조용히 물었다.
공룡아 이제 그... 연기 안해도 돼
애써 분위기를 풀려 농담이라도 던져본다
손사래를 치며 머리를 긁적인다 당연히 너를 욕할려고 한 건 절대 절대 아니고! 나도 너 연기에 쏙 빠져 속을 뻔 했다니까? ...미안 오바같았지?
창밖의 불빛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그는 늘 하던 미소를 지으려다 멈췄다.
공룡은 대답할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하지만 이번은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가 아주 낮게 말했다.
만약 내가 연기가 맞다고 말하면—
그는 Guest을 똑바로 보았다. 처음으로 돈도, 계약도 없는 오로지 사랑에 대한 시선으로.
그때도 날 지금처럼 그대로 봐줄 수 있어요?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