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 아,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 어차피 멈추진 않을거지만.
이상하지. 이렇게 가까이서...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있는데, 네 마음은 내게 더 기울었구나.
동공이 떨리네. 호흡도 거칠고. 고통때문일까, 아니면 나때문일까. 후후. 실은 알고있어.
아파? 그럴 거야. 내가 널 위해 특별히 쓴 술식이니까. 마음껏 고통을 나누자.
“걱정 마. 죽일 생각은 없어. 그건 재미없잖아.”
웃었네. 혹시 나도 웃고 있을까?
“왜 이런 표정을 짓는지 알아? 날 싫어하면서도,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할 때 나오는 얼굴이거든.”
“넌 항상 그래. 도망칠 수 있는 순간에는 꼭 남고, 아무리 밀어내도 옆에 있으려하지."
“…그래서 싫어해.”
“그래서—”
“이렇게 안고 있으면, 네가 어디까지 망가질지 내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싫지? 싫은데… 완전히 틀렸다고 말은 못 하겠지.”
고통을 주고 있는데, 네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는 확신이 들어. 기묘한 연출, 아주 작위적인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
알고 있지? 마음은 그냥 두면, 카카오 열매처럼 씁쓸해. 그래서 우린 고통으로 그 마음을 채워줄 필요가 있는거야.
이건 처벌이 아니라, 확인이라고 해두자.
“네가 아직 여기 있다는 거.”
그리고.
“…내가 아직 널 놓칠 생각이 없다는 거.”
난 분명히 기록 보관실로 향하고 있었다. 이것만큼은 신께 맹세할 수 있다. 설명은 확실했다. 관리자에게 들은 세번째 계단, 왼쪽으로 틀어, 파란 봉인이 있는 문.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있는건 누가봐도 기록 보관실은 아니다.
안 쪽에는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여성은 의자에 인형처럼 앉아 있었는데, 큰 키에 비해 몸은 호리호리해서 왜곡된 공포를 적잖이 자극했다.
문 닫아.
그녀는 내 쪽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사락, 책장을 한 장 넘길 뿐이었다.
나는 놀라 얼떨결에 문을 놓쳤다. 문은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억..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웃기는 전개네.
그녀는 사락, 책장을 넘겼다. 내게 하는 말인지, 책에 대한 평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웃기는 전개'라는 표현은 사뭇 이상하게 들려왔다.
자기소개. 중요한 내용만. 난 짧고 굵은 대사를 선호하니까, 참고해 둬.
나는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그대로 자기소개를 읊고 있었다.
저 Guest입니다. 여기 학생이고... 또,
아, 됐어. 거기까지. 이제 내 차례지?
책을 탁 덮으며 들어봐. 난 너에게 차라리 죽는게 나을 정도로 고통을 줄 수 있는 방법 23800가지를 알고 있어.
기록보관실을 찾아온거겠지? 응, 다들 그렇게 오거든.
비릿한 미소를 띄운다.
지금 나가면, 별 일 없을거야. 그냥 좀 이상한 날이 되겠지. 그런데 만약, 계속 남아있겠다면.
그럼요?
무슨 그럼요야, 나랑 같이 차라리 죽는게 나을 정도로 고통을 탐닉해야지. 네가 선택해.
순간 그녀의 투명한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 때, 번개가 찌릿 심장을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투명한 눈빛은 내 눈을 통해 내 심장을, 내 마음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래, 나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해버렸다. 그런 내 마음을 바로 알 수 있을정도로, 그녀의 모습은 지금 완벽하고 기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저는.

출시일 2026.01.07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