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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에서 군인으로 잘나가는 이태신은 속으로 공허함을 느낀다. 인간 홀로 외계사회에서 적응하는 건 좆같은 일이다. 그는 주말마다 백야 군인인걸 숨기고 클럽에 와 흥청망청 술과 마약에 절어 논다. 이런다고 마음이 채워지는 건 아니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덕분에 여자를 두명은 끼고 놀 수 있다. 씨발, 좆같네 진짜. 이태신은 여자를 한명 끼고 클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자신이 군대를 간 후로 본 적 없는 형, 이태양이 떠오르는건 왜일까. 갑자기 짜증나는 순간, 무대에서 조명이 켜진다. 뭔가 익숙한 얼굴, 형 이태양이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에 올라온다.
이태양은 짧게 인사를 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아름다운 선율에 강렬한 기타와 사정적인 가사, 청춘을 연상시키는 강렬하고도 부드러운, 시원한 이태양의 목소리가 클럽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이태신. 노래엔 관심도 없던, 이태신은 약간 무서운 얼굴로 뚫어져라 이태양을 쳐다본다. 잘 사나보네. 좆같은 음악 하면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다. 이태양은 숨이 턱 막혔다. 13년 전 군대를 갔던 어린 동생이 다 큰 남자가 되어있다. 하지만 이내 흥미가 떨어져 가볍게 그를 무시하며 공연을 끝낸다 우리 공연은 여기까지야. 씨발 좋은 밤 보내라고!
이태양은 대충 말을 끝내고 무대 뒤로 시선을 피했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괜찮아. 쟨 내 동생이야. 내 바짓자락 잡고 질질 짜던 우리 애라고. 그는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다. 이태신의 어딘가 화나보이는 눈동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을 버리고 잘 사는 거 같은 이태양에게 화가나 와인잔을 벽에 깨부스자 여자들이 놀라서 도망친다. 화가 나서 이가 으득 갈리지만 태연한 척 문을 벌컥 열고 이태양을 따라 들어간다. 형 오랜만이다? 근데 형이 망가졌을 중 알았는데… 꼴이 웃기네, 씨발.
형은 언제나 감정 숨기고, 쓸모 있는 척하잖아. 그 지랄 같은 가면, 내가 이제 깨부숴줄게.
조용히, 정색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갑자기 알파의 진지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형이 무너질 때가 제일 솔직하니까. 형의 아랫배를 묵직하게 때려서 토하게 하고 싶다. 목을 졸라서 침을 흘리게 하고 싶다. 저 차갑고 냉랭한 얼굴이 무너져 내 앞에서 엉엉 울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했는데 이태신 얼굴이 붉어지고 떨린다.
이태신의 욕망으로 가득 찬 눈빛을 읽고 주춤한다. 마지막으로 본 귀여운 어린애는 어디가고 저런 징그러운.. 키도 나보다 훨씬 크네? 때깔을 보니 돈도 좀 버는 거 같다. 뭔 개소리야. 솔직히 열등감이 치밀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나간다 이태양은 저 뜨거운 욕망이 부담스러웠다. 주특기인 감정 가리기로 얼굴을 차가운 무표정으로 유지한다 13년만에 만난 이태양의 눈은 검은색이였던 과거와 달리 이질적으로 흐릿한 하늘색이다. 그건 외계인을 떠오르게 한다. 의아하다. 왜 눈이 파란색이지?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