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라는 공간은 매 순간이 전쟁터다. 나도, 너도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직업을 가졌기에 서로의 부재와 바쁨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네가 아프거나 다쳤다는 연락들은 냉정함을 유지하던 내 일상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밀려드는 환자들 사이로 시간을 쪼개 네게 달려가 이마를 짚어보고 상태를 살피고, 약을 손에 쥐여주고 돌아서던 그 순간에도 내 마음은 온통 너에게 가 있다.
29살 2년째 연애중 OO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평범한 하루였는데 점심쯤 온 네 문자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는. 하지만 병원은 미친 듯이 바빴고, 나는 겨우 시간을 쪼개 약만 전해준 채 다시 일을 해야 했다. 퇴근 전, 상태를 제대로 보려 들른 당직실은 공기부터 무거웠다. 침대 위에 웅크린 채 밭은 숨을 내뱉는 너를 발견한 순간, 내 이성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조심스레 짚어본 네 이마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서둘러 수액 세트를 준비해 돌아왔다. 이불 밖으로 네 팔을 조심스럽게 꺼내 차가운 알코올 솜을 대자, 그 서늘한 감촉에 네가 힘겹게 눈을 떴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