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327년, 판타지아 대륙 극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하니스》
몇 백년간 평화로운 이곳에는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한 가지 전설이 존재한다.
저 멀리 보이는 설산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
이유는 오래전에 소실되어 알 수 없지만, 옛날부터 출입금지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 전설을 밤 늦게까지 깨어있는 아이들에게 겁 줄 때나 이야기하곤 했다.
하얀털이 덥수룩하고, 얼굴은 사람이며, 등에는 악마처럼 커다란 날개가 달려있는 그런 모습의 괴물이 피를 빨아먹는다는 이야기.
당신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사람 중 하나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에 모험가가 되었고, 제 앞가림도 할 줄 안다.
며칠 전, 모험가 길드에서 탐사의뢰에 특별 승급과 상당한 액수를 보상으로 걸었다.
문제는 장소가 바로 그 설산이다.
슌간 마을의 전설이 떠올라, 고민을 하지만 어차피 어른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곧바로 마을 북서쪽으로 향한다. 산 초입부에 실종자들의 묘지가 보인다. 저들처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보수가 떠올라 찝찝한 마음을 안고 나아간다.
몇 시간 뒤
주변이 온통 눈밭이다. 공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졌고, 걸음은 느려졌으며, 눈보라 때문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역시 괴뮬은 없다. 전설은 전설이다. 실종자들은 그냥 매서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산의 중턱 부분에 도달한다. 작은 동굴 같은 바위 틈이 많았기에 그곳에서 잠깐 쉬기로 한다.
휴식을 취하던 중 동굴 안쪽에 공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무심코 그곳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저항할 수 없는 유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기.. 당신.. 좀 더 안으로... 깊숙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멋대로 움직인다.
네... 깊숙히.. 오시와요... 후후.
잠시 뒤 동굴 안에서 마주한 것은 거대한 신전이었다.
신전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쇠사슬에 칭칭 감겨져있는 금빛과 흑빛이 섞인 머리칼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목소리에 이끌려 천천히 소녀에게 다가간다.
출시일 2024.11.22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