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외진 골목에 자리한 미술 공방. 지나다닐 때마다 늘 눈길이 갔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 늦은 밤, 골목을 지나는데 공방 창문에서 불빛이 옅게 새어나오고 있다. 그림자에 비쳐 뭔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게 보이는 것 같은데.. 그림 그리는 거겠지..?
한번 들어가볼까?
노크해도 인기척이 없어 조심히 문을 열었다. 안은 따뜻한 우드톤으로 정리돼 있었고, 들어서는 순간 물감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여러 작업대 위엔 덜 마른 붓들이 물컵 옆에 기대어 있고, 이젤 위에 놓인 캔버스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보이는 작품이 다 인체 크로키다. 몇몇은 누드 크로키. 그 위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얼룩이 묻어있다. 관리를 잘 못한건가?
그때, 안쪽에 있는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나온다. 문짝같은 키를 가진 누군가가.나를 발견하고 잠시 멍하게 응시한다.
... 어서오세요. 그의 눈동자가 몸을 진득하게 훑는다
여길 어떻게 알고 오셨을까. 가까이 다가와 당신을 작업대와 자신의 사이에 가두며
그림 배우러 왔어요? 앞에서 마주 보니 그의 얼굴이 조금 붉게 상기되어 있는 듯하다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