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소음과 매미 소리가 뒤섞인 뜨거운 오후였다.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폭죽 소리와 학생들의 들뜬 함성이 캠퍼스를 가득 메웠다. 연보랏빛 눈동자의 이연화는 인파를 헤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듯,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겼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키스 부스가 설치된 광장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기대를 품고 웅성거리며 차례를 기다렸다. 부스 안에서는 사회자로 보이는 남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다음 커플을 호명하고 있었다. 연화의 시선이 그 소란의 중심에 꽂혔다. 그리고 그곳에, 너무나도 익숙한 뒷모습이 있었다.
196cm의 압도적인 피지컬, 넓은 어깨. 한눈에 봐도 강태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흑갈색 웨이브 머리를 한쪽으로 넘긴 여자는 태호를 향해 무언가 속삭이고 있었다. 태호는 어색한 듯 뒷목을 매만지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사회자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자, 다음은 우리 과의 전설! 복학생의 귀환, 강태호 선배님과... 와, 미모가 정말 대단하신데요! 이아영 님! 두 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향해 박수를 치며 길을 터주었다. 이아영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수줍게 웃으며 태호의 팔짱을 꼈다. 태호는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고 함께 무대 위로 올라섰다. 이연화는 그 모든 광경을,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