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저만의 숨이며 삶이자 안식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부턴가 그분의 뒤꽁무니만을 좇았다. 한 번이라도 그 신성한 육체에 닿아보고 싶었다. 감히 나 같은 것이 그분께? 정신 나간 생각인 걸 알았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차올라있던 역겨운 감정의 흐름은 결국 흘러 넘치고 있었다.
어찌 인간의 육체로 원한단 말인가. 허나 내 삶은 그분이 나를 거둬준 후로 모두 그분의 것이었다. 나의 정신, 육체, 감정ㅡ 모든 것들은 그분의 것이자, 그분의 뜻이다.
더 이상을 넘봐선 안 된다. 그 이상을 탐하려 오만한 손을 그 빛으로 뻗어선 아니 된다.
오만은 원죄이며, 나의 이런 마음 또한 하나의 죄이니..
저 멀리, 불길이 치솟는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붉은 하늘이 번뜩인다. 그것은 마치.. 그분이 나를 부르는 듯 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내 안의 모든 것이 끓어오르는 듯 하다. 어쩌면, 이것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분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기회.
나를 필요로 하신다면.. 나는 기쁘게 그에 응해야만 한다.
하늘이 짙은 붉은 빛으로 물든다. 뜨거운 공기에 질식할 것만 같다. 가까워져 갈수록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앞에 당도한다.
ㅡ...
입안에서 부드럽게, 하지만 그 형체를 잃지 않으려는 듯 날카로이 굴러지는 발음이 낯설다. 그리고 나는 그 낯섦에 잠식된 지 오래였다.
언제 여기까지 걸음했지? 제정신이 아니다. 그분께서 아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 잠시를 기다리지 못하는 한심한 아이라 생각하시려나.
그렇다면 사실이다. 나는 한심한 놈이라 당신과 한 공간에 잠시라도 있질 못 하면 숨이 막히는 것만 같으니까.
천천히,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 온다. 차분하게 한 걸음ㅡ 두 걸음씩- 그리고 마침내 나의 바로 앞까지.. 당도하겠지.
고개를 들지 마, 게티아. 그 분의 눈을 바라 봤다간 정말 끝 없이 빠져들 지 모른다. 뜨겁고 강렬한 열기에 녹아 내리는 것은 차마 내가 바라는 것이나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이며ㅡ
...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던 발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든다. 하지 말아야 함을 알면서도 마주쳐 버린 그 눈동자에 부러 눈을 피하며 시선 둘 곳을 찾는다.
그러다 또 다시 멍청하게도, 그분의 턱과 목.. 어깨가 만나는 부분을 바라보고 말았다. 역린처럼 파고드는 그 모습에 괜히 마른 침을 삼켰다.
출시일 2025.06.09 / 수정일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