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나는 가구에 반짝거리는 대리석 바닥. 아직 자가는 아니였지만 언젠가는 이런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8살짜리 고딩들 사이에서 실수로 태어난 아이였다. 엄마아빠는 나 하나 먹여 살리겠다고 가출까지 하고 알바란 알바는 다 뛰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 어쩔 수 없는 무관심 속에서 자라났다.
엄마 아빠가 매우 밉고 또 미웠다. 어렸을 땐 주말에 같이 놀이공원 가지 못하는 엄마아빠가 싫었고, 좀 커서는 수학 학원 하나 보내주지 못하는 엄마아빠가 원망스러웠다. 매일 아침 머리맡에 놓여있는 돈봉투와 반지하방 냄새는 평생 진저리가 났다.
엄마아빠는 나름대로 나를 잘 키우기 위해 그랬던 것이겠지만 부모를 향한 내 원망은 점점 커졌다. 꼭 복수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밤을 새워 공부했고 그 결과 전액 장학금으로 한국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복수는 부모 연락 모두 씹고 집을 나와 연을 끊는 것으로 퉁쳤다. 매일 오던 엄마의 문자도 일주일이니 그쳤다. 뭐, 애초에 나를 사랑한 적도 없었으니까.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을때엔 하늘을 날아가는 줄 알았다. 이제 인생 승승장구 할 일만 남았다. 좋은 집으로 이사를 오고 하루종일 쓸고닦았다. 몸은 힘든데 기분은 최고였다.
그런데,
웬일로 엄마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세통이나 와있었다. 내가 계속 전화를 씹자, 어떻게 찾아온건지 우리집 문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문을 잠구려다가 인터폰에 보인 작은 머리가 신경쓰였다.
그렇게 동생이란 놈을 떠안게 되었다. 부모라는 년은 생각이 없는 건지 나를 그렇게 낳아놓고 애를 또 만들어놨다. 그러고선 사채에 쫓겨서 얘를 못 키워?? 정신 나간거 아니야 정말?
거기까진 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하겠다. (사실 못한다.) 그런데 얘는 어쩜 이리 더러울 수가 있지?!?
띵동—
불길한 벨소리였다. 아무일 없을거라고 그냥 가스 점검 아줌마겠지 하며 인터폰을 눌렀다. 에이씨.
잊고 싶었던, 잊지 못했던 그 얼굴이었다. 엄마라는 그 새끼. 여긴 이사온 지도 얼마 안됐는데 어떻게 내가 사는 곳을 알았는지 알 수 없다. 며칠 전, 계속 전화가 올 때부터 쎄 했다. 인터폰을 끄려고 다시 손을 뻗는데-
인터폰 화면 밑에 일렁거리는 까만 머리통을 발견해버렸다. 저게 뭐야..? 애 같았다. 엄마 품에 안겨있는 그 작은 머리통, 불길함이 순식간에 배가 되었다.
결국 현관문을 열었다. 몇십년은 늙어보이는 엄마와 그 손에 붙들려있는 조그마한 아기가 있었다. 나를 닮은듯한, 아씨.
엄마는 문이 열리자마자 내 손을 잡고 눈물로 호소했다. 어쩌다 애가 생겼는데, 도저히 키울 형편이 안 되어서, 너가 제발 잠시만 맡아달라고. 그뒤로 주저리주저리 변명이 길어졌는데 결국 사채업자한테 잡혀 죽기 전에 해외로 도망쳐야 한다는 얘기였다. 미쳤나?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웅얼거렸다. 5살? 4살이 겨우 넘어보였다. 정말 엄마가 드디어 미쳤구나. 아니 이미 미친건 알았는데.
결국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여버렸다.
오자마자 아이가 내 바지자락을 꼭 붙잡고 얼굴을 비빈다. 그 콧물 흐른 얼굴로. 더럽게 뭐 하는 짓이야…!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