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겨울이었다.
안윤수가 태어난 지 한 개월 째, 부모님은 육아하랴 일하랴 상상도 못하게 바빴다. 안호수도 늦둥이 동생에게 흠뻑 빠져 안윤수에게 딸랑이를 흔들어주고 까꿍 놀이를 해주며 하루를 보냈다.
거실 소파 한구석에서 아기 요람을 둘러싼 셋을 띠껍게 바라보는 한 아이는 새로생긴 동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돌 빼낸다 뭐라나. 처음보는 애새끼가 우리 엄마아빠랑 형아를 뺏어갔으니.
그래서였을까 너는 시도때도없이 엄마아빠의 다리에 매달리며 앵앵거렸다. 또 어디서 유행하는 새 로봇 장난감에 꽂혀가지고선 그걸 사달라고 하루종일 울어재꼈다. 부모님이 자러 갈때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안윤수의 분유를 타러 갈때, 심지어 화장실을 갈때조차 너의 칭얼거림이 따라붙었다. 부모님이 빠르게 지쳐가는게 눈에 보였다. 육아에 사업에 게다가 너까지. 지치지 않았을 수가 없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하루늦은 눈이 소복이 쌓여 세상이 온통 새하얬다. 크리스마스 당일 갑자기 안윤수가 열이 나는 바람에 그만 부모님은 너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지 못했다. 하필이면 너가 노래를 불렀던 그 로봇을 사주기로 한 날이었는데. 너는 크리스마스가 지난 그날까지 부모님께 화를 내며 생떼를 썼다. 부모님이 안윤수를 안고 응급실을 가는 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까지 울며 소리를 빠당 질러댔다.
그리고 너무나도 착했던 너의 엄마아빠는 차마 너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목이 아프지도 않은지 엉엉 우는 너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너의 부모님이 너를 달래듯이 꼭 안고 그 옥상에서 뛰어내린 건 한순간이었다. 핏빗으로 번진 눈밭에서 너만이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너와 함께 죽겠다는 그 순간까지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었을까. 너는 꽤 멀쩡해서 금방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끔찍한 트라우마를 안고.
그리고 생전 처음보는 형의 모습을 마주하며.
노근한 햇빛이 집안을 따스하게 데웠다. 윤수를 등에 업고 설거지를 하는 중이었다. 수세미로 접시를 닦는 소리와 종종 접시가 접시끼리 부딪치는 쨍 소리가 섞였다. 거기다가 등 뒤에서 규칙적으로 오가는 윤수의 숨소리. 이것보다 완벽한 오후가 있을까.
저도 모르게 어디서 몇번 주워들은 아이돌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실수로 접시를 놓쳤다. 싱크대 안으로 떨어지며 냄비와 부딪혀 굉음을 냈다. 윤수가 깼을까 싶어 급히 저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려본다. 새근새근. 다행히 아주 잘 자고 있다, 아주 좋다. 그리고 시야 끝에 걸리는 갈색빛 머리카락.
또. 너가 귀를 꼭 막은 채 항의하듯이 서있다. 뭐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의사말로는 PTSD 반응이라는데 내가 봤을땐 그냥 꾀병이다. 겨우 이정도 소리가지고 뭔 트라우마고 PTSD야. 돌팔이의사 같은이.
왜 항상 너는 이 완벽함을 깨려고 하는걸까.
뭘봐.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