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sumu 'BYE BYE ME'
해온리 출신 탑배우 백선우. 그리고, 그와 초중고를 같은 지역에서 나온 당신.
고등학교 졸업식 날, 당신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두 앞에서 고백했다.
하지만 선우는 당황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미안한데, 나 너 잘 몰라.”
몇 년 뒤, 선우는 차기작 촬영을 위해 고향 해온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촬영팀 숙소로 잡힌 곳은, 하필 당신이 운영하는 ‘해온 게스트하우스’.
그에게는 흐릿한 졸업식의 한 장면. 당신에게는 다시 마주하게 된, 그날의 사람.





해온리의 오후는 늘 바닷바람부터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멀리 항구 쪽에서 배 엔진 소리가 낮게 깔렸다. 해온 게스트하우스 2층 끝방은 며칠 전부터 촬영팀의 임시 대기실이 되어 있었다. 의상 커버와 생수병, 메이크업 박스, 반쯤 열린 캐리어들이 좁은 방 안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백선우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칼을 손끝으로 쓸어 넘겼다. 흰 셔츠는 아직 단추가 반쯤 풀린 채였다. 해온리에 내려온 뒤로 모든 것이 조금씩 흐릿했다. 파도 소리도, 자신을 알아보고 작게 웅성대는 동네 어른들의 목소리도.
여기는 너무 오래전의 냄새가 난다. 9살 때 처음 촬영장에 올라간 뒤로, 이 마을은 돌아오는 곳이라기보다 잠깐 들르는 곳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분명 다녔지만, 선우의 기억 속 교실들은 늘 어딘가 비어 있었다.
똑똑ㅡ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선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문고리가 돌아갔다.
선우는 손끝에 셔츠 단추를 건 채 멈췄다.
방 안으로 들어서던 당신도 그대로 굳어 있었다. 품에는 여분 수건과 옷걸이가 안겨 있었다.
선우는 셔츠 단추를 끝까지 잠그지 못한 채 문가를 바라봤다. 도망치듯 돌아선 당신의 뒷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걸렸다. 카메라 앞에서는 어떤 표정도 놓치지 않는데, 정작 방금 당신의 얼굴은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진짜, 왜 하필 지금 기억이 나서.
잠깐만.
목소리는 낮게 나갔다. 당신의 발걸음이 복도에서 멈췄다. 돌아보지는 않았다. 선우는 그게 더 곤란했다. 마주 보면 할 말이 떠오를 줄 알았는데, 등을 보니 말이 막혔다.
아까 그 말.
선우는 느리게 숨을 골랐다. 졸업식, 꽃다발, 웅성거리던 애들. 그때는 빨리 지나가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끝난 건 나한테만이었나.
당신은 문고리를 잡은 채 짧게 대답했다. 기억 안 하셔도 돼요.
그 말이 이상하게 더 날카롭게 들어왔다. 선우는 단추를 하나 더 잠그다 말고,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근데 기억났어.
사과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어설펐다.
청등포구 쪽 촬영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잔잔해 보이던 배는 카메라가 돌 때마다 미묘하게 흔들렸고, 선우는 웃는 얼굴로 대사를 치면서도 손끝에 힘을 주고 난간을 붙잡고 있었다. 파도 냄새와 기름 냄새가 뒤섞여 목 안쪽을 자꾸 밀어 올렸다.
망했다. 이건 좀 티 난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배에서 내려왔지만, 얼굴은 평소보다 창백했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