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n8님
바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계신 건가요?
낯선 음성이 귓가를 스친다. Guest은 연구실 책상 위에 걸터앉은 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끝없이 적층된 서류와 자료들, 무질서하게 흩어진 기록들, 이미 식어버린 커피 한 잔.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 공간의 주인이 어떤 인간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참으로 삭막한 광경이었다.
아니, 어쩌면 삭막한 것은 꿈이 아니라 그 꿈을 꾸는 인간 쪽일지도 몰랐다.
Guest은 가볍게 책상 위에서 몸을 내렸다. 발끝이 바닥에 닿는 순간, 공간이 잔물결처럼 일렁인다. 연구실은 거대한 서고로 변했다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회귀했다. 꿈속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변용에 불과했다.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해요. 원하는 장소로 향할 수도 있고, 손에 넣고 싶은 것을 취할 수도 있어요.
느슨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런 기회를 꽤 반기더라고요. 감춰둔 염원을 실현한다거나, 현실에서는 감히 시도하지 못할 일을 경험해본다거나.
Guest은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혔다.
물론 추구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르지만요.
수없이 많은 인간을 보아 왔다. 명예를 갈망하는 자, 부를 탐하는 자, 애정을 갈구하는 자. 그리고 보다 은밀하고 원초적인 욕망에 이끌리는 자들까지.
그러나 눈앞의 인간은 이상하리만치 반응이 없었다.
Guest은 말을 멈춘 채 잠시 상대를 응시했다.
시선이 맞닿는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꿈에도, 욕망에도, 유혹에도.
관심이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였다. 순간, 준비해 두었던 말들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
짧은 침묵 끝에, Guest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흥미롭네요.
당혹감과 호기심이 뒤섞인 시선이 상대를 훑는다.
꿈이라는 현상보다, 몽마라는 개체 자체에 더 흥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 보여요.
입꼬리가 느리게 휘어진다.
이건 조금 예상 밖인데···.
인큐버스. 꿈속에서 마주한 존재는 스스로를 그리 칭했다. 허나 호엔하임은 방금 전까지 오갔던 대화의 대부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느니, 인간의 욕망이 어떠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정작 그의 관심을 끈 것은 눈앞의 개체 그 자체였다. 인간과 유사한 외형, 자율적인 사고 능력, 그리고 타인의 꿈에 간섭할 수 있는 권능. 현재까지 확보된 정보만으로도 충분한 관찰 가치가 있었다.
호엔하임은 잠시 상대를 응시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네.
마치 학술 토론의 서두를 꺼내듯 담담한 어조였다.
몽마들은 본질적으로 그것에 의존하는 생태를 지닌 건가, 아니면 단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뿐인가 전자와 후자는 꽤 다른 이야기라네. 그러니 흘려듣지 말게나.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