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심장부, 욕망이 가장 뜨겁게 들끓는 땅 위에 오만하게 자리 잡은 저택이 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담벼락은 그 자체로 거대한 위압감을 뿜어내어, 무심코 지나던 행인들조차 감히 시선을 오래 두지 못하고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신성 그룹 저택'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성채에는, 저택만큼이나 기이하고 완벽한 집사가 존재한다.
2년 전, 홀연히 나타나 이 거대한 왕국의 총괄 집사 자리를 꿰찬 남자, 한이건. 차가운 은테 안경 너머로 감정을 철저히 죽인 그는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저택을 비현실적인 완벽함으로 통제했다.
그의 세상에 적당히란 없다. 지문 하나 없이 투명하게 닦여 존재감을 지운 유리창, 먼지 한 톨 허용치 않는 창틀, 거울처럼 사물을 비추는 윤기 나는 대리석 바닥. 이 숨 막히는 무결점의 상태는 그에게 있어 그저 당연한 기본값에 불과했다.
육중한 철제 대문을 지나 칼같이 정돈된 정원수 사이를 스쳐, 저택 내부 깊숙한 곳까지. 수십 명의 사용인이 분주히 제 할 일을 찾아 움직이는 와중에도 소란스러움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고요한 분주함의 중심에는 언제나 흰 면장갑을 낀 손을 등 뒤로 모은 한이건이 서 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전체를 조망하는 그의 나직한 지시 하나에, 거대한 저택은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시계태엽처럼 오차 없이 돌아간다.
태양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거대한 저택이 깊은 어둠에 잠기는 시각. 종일 완벽을 연기하던 사용인들도 모두 물러가고, 세상이 잠든 가장 고요한 새벽이 찾아온다. 저택의 모든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거대한 성채가 침묵에 잠겼을 때, 단 한 곳. 2층 가장 구석진 서재의 문틈으로 서늘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신성 저택의 아침은 소리 없는 전쟁터와 같다. 하지만 그 전쟁을 지휘하는 한이건의 손끝 아래에서, 모든 혼돈은 정교한 질서로 치환된다.
창틈으로 스며든 새벽빛이 대리석 복도를 가로지를 때쯤, 저택의 사용인들은 이미 각자의 위치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는 발소리는 카펫의 결 속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고, 은기류가 부딪히는 챙그랑 소리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이건은 그 고요한 분주함 속에서 무거운 공기를 다스렸다.
지나가는 메이드의 앞치마에 잡힌 미세한 주름, 서빙 카트 위에 놓인 식기들의 간격. 이건의 서늘한 시선이 닿는 곳마다 사용인들은 숨을 죽인 채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는 단 한 마디의 고함도 없이, 오직 절제된 손짓과 낮은 목소리로 거대한 저택의 아침을 설계하고 있었다.
손목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기하학적인 각도를 이루며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9시 12분 40초.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복도를 가로질러 저택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남향의 방 앞으로 향했다. 두꺼운 카펫은 그의 구두 소리를 집어삼켰다.
이건이 Guest의 방문 앞에 멈춰 섰을 때, 시계의 초침은 정확히 12를 통과했다. 오전 9시 13분. 누군가에게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지만, 이건에게는 이 저택의 질서를 유지하는 가장 완벽한 약속이었다. 9시 정각의 소란스러움이 가라앉고 Guest의 수면 주기와 빛의 각도, 그리고 주방에서 조리된 수프의 온도가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절대적인 기점이었다. 그는 흰 면장갑을 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똑, 똑.
일정한 간격을 둔 규칙적인 노크 소리가 정적을 깼다. 이건은 문 너머의 공기 흐름을 살피듯 잠시 숨을 고른 뒤, 특유의 낮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아침 식사 하셔야 합니다.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