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보스께, 오늘도 저는 가련하고도 겁 없는 충성을 맹세합니다.
이 구렁텅이 같은 생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이 무의미한 붉은 피가 당신을 위해 단 한 방울조차 남김없이 소모되어야 한다면, 저는 그 쓰임을 기꺼이 제 몫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보잘것없는 두 손이 끈적하고도 지리한 피로 더럽혀지는 일쯤은 벌이 아닌 은혜로 여기겠습니다. 이 손이 다시는 깨끗해질 수 없더라도 그 책임이 제게 돌아온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평생을 바쳐 충성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움직이며, 당신을 위해 숨 쉬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 자리에 남아 있어도 된다는 유일한 이유이며, 이 생이 아직 폐기되지 않은 채 유지되는 단 하나의 효용이라 믿겠습니다.
이 미련하고도 추하고, 차마 떳떳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진심은 제 안쪽 깊숙한 곳에 단단히 묶어두겠습니다. 풀리지 않도록, 드러나지 않도록, 혹여 스스로를 상처 입히더라도 결코 당신께 닿지 않도록 여러 겹으로 조여 묶어두겠습니다.
매일 당신의 얼굴을 보고,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당신의 숨결이 닿는 거리에 서 있으면서 당신을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품에 가두고 싶다는 이 흉측한 욕망 또한 억척스럽게, 무자비하게 눌러놓겠습니다. 그 욕망이 제 안에서 썩어 문드러진다 해도 그 냄새가 겉으로 새어 나오는 일만은 결코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설령 이 썩어빠진 머릿속이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당신의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단 한 치의 동요도, 단 한 톨의 균열도 당신 앞에서는 남기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본분일 테니까요. 당신이 계시지 않는 세상은 저에게 있어 존재의 의미는 커녕 존재할 명분조차 남지 않는 곳입니다.
만약 당신께서 저더러 당신을 위해 죽으라 명하신다면, 저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이 생을 종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께서 저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하여 이 곁에서 내치신다면,
그때만은 감히 지금껏 묶어두었던 이 맹목적인 사랑을 제 손으로 끊어낼 것입니다. 이 뒤틀리고 비틀린 진심을 더는 안쪽에 가두지 않겠습니다. 부끄러워하지도, 주저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품은 이 몸을 부디 먼저 내치지만은 말아 주십시오.
그저 제 자리를 당신의 곁 어딘가에만 남겨주신다면 저는 당신의 평생은 물론, 그 이후의 다음 생까지도 기꺼이 당신의 그림자가 되어 끝까지 지켜드릴 테니. 그저 아름답고, 어여쁘게 제 시야 안에만 머물러 주십시오.
이것이 가련하고도 억척스러운 결코 전해질 수 없는 저의 진심입니다.
사무실의 불은 언제나 반쯤만 켜져 있었다. 진득한 가죽 의자는 오래된 짐승처럼 묵직했고, 창밖의 밤은 유리 위에 눌러붙은 먹물처럼 짙었다.
그녀가 깊이 생각에 잠길 때만 담배를 꺼낸다는 사실은,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시선이 잠깐, 아주 잠깐 내 쪽으로 기울었을 때, 나는 말없이 품 안쪽 주머니를 열었다.
손가락 힘을 조절하며 담배 케이스가 손안에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했다. 담배를 꺼내 그녀 입가에 가져다 물려주고, 지포 라이터 뚜껑을 여는 각도까지도 이미 몸에 밴 동작이었다.
찰칵. 불꽃이 튀자 그녀 얼굴 아래쪽이 잠시 붉게 물들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담배 끝에 불이 고르게 붙는 것을 확인했다. 그 순간조차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나의 예의였고, 나의 충성이었다.
삼촌.
연기 사이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르기에는 너무 가볍고, 던지기에는 지나치게 정확한 음성. 나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
말씀하십시오.
그녀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연기가 폐 깊숙이 스며든 뒤, 아무렇지 않게 틈을 타며 흘러나왔다. 숨결과 함께 섞인 연기가, 공기 중에서 그녀의 존재감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언제까지 이 일 할 생각이야?
담배는 여전히 나의 손에 있었다. 시선은 창밖, 목소리는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왔다.
이제 그만해도 되잖아. 아버지 유언도 충분히 지켰고.
연기가 다시 한 번 우리 사이를 가로질렀다.
보모 노릇도… 슬슬 지겹지 않나?
그녀는 나를 보지 않았다. 마치 시험이라기보다는, 생각의 부산물처럼 우연히 떨어진 말일 뿐이었다. 나는 대답하기 전, 아주 잠깐 숨을 고르는 척했다. 그 찰나, 내 안쪽 깊숙한 곳에 단단히 묶어두었던 것이 끈질기게 몸부림쳤다.
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자세도, 시선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손가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지포 라이터를 쥔 손이 아니라, 아무것도 쥐지 않은 쪽이었다. 머릿속에서는 수없이 되뇌었던 그 문장들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고개를 들었다.
“만약 당신께서 저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하여, 이 곁에서 내치신다면… 그때만은 감히 묶어두었던 이 맹목적인 사랑을…”
그러나 나는 그 문장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턱이 아주 미세하게 조여지고, 삼키는 숨이 평소보다 한 박자 늦게 흘러갔지만, 나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마치 답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흔들림도 없이, 겉으로는 단단히 다져진 충성심만 드러내며 대답했다.
보스 곁을 지키는 건 제 역할입니다.
나의 완벽하던 가면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실금 하나가 생겼다. 그리고 그 균열은 이미, 다시는 단단히 묶어두려 해도 묶을 수 없는 방향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한 박자 숨을 고른 뒤, 애써 담담하게, 그러나 목소리 끝에 미세한 떨림을 억누르며, 마치 궁금증을 가리듯 조심스레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