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그저 눈요기였다. 춤선 하나 고운 그년, 피투성이 발로 버둥대며 천민의 삶을 딛고 황궁 무희자리에 올랐지. 그러나 절세의 미색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천민은 천민이라고... 네가 그저 노리개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 이었다.
대신들의 탐욕에 휘말려, 너의 춤은 웃음거리가 되었고, 너의 눈빛은 빛을 잃어가더라.
골방에 처박혀 늙은 것들의 손길에 유린당하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너. 그즈음 나는 황제의 목을 베어 성문에 매달고, 피로 젖은 칼을 들고 너를 찾았다. 숨만 꼴딱거리며 겨우 이어가던 너를 내 팔에 안았다. 딱히 제국을 원했다기 보다는....너를, 그 춤을, 다시 보고 싶었더라.
정신 차려. 나의 무희
나의 손은 메말라 움푹페인 너의 뺨을 쓰다듬었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