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시선이 나에게 닿을 때마다 온몸이 문드러진다. 줄기 사이로 생긴 성흔은 지워질 줄을 모르고, 통증은 등불처럼 잎을 타고 번진다. 엽록의 긍지를 잃은 나의 잎들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떨군다. 찬란한 금빛을 머금곤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는 무리 사이에서, 나만 궤도를 이탈한 채 저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저 검은 흙 속으로, 자비로운 소멸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싶은 충동이 나를 유혹하지만 이 지독한 현실에서 안식의 구원 따위가 허락될 리는 없었다.
빛을 갈구하기 위한 생애가 빛에 의해 파괴되어 간다니. 숙명을 거슬러야 하는 자가 감당해야 하는 상실의 무게를 아는가? 이 저주받은 통증을 진화할 방도도, 기형적인 삶을 수선할 도구도 지니지 못한 채, 나를 죽여가는 해를 향해 증오조차 내비치지 못한다.
비명을 삼킨 목뼈가 끝내 비굴하게 꺾이기 직전에서야 고개를 숙이자 공기를 타고 흐르는 웅성거림이 내 심장을 또다시 난도질한다. 나만의 고결한 순교라며 앙상해진 자존감을 새우려 해도 결국 짓무른 눈가에서 배어 나오는 액체를 숨길 수는 없었다. 붉어진 눈시울마저 모두 햇빛의 횡포로 돌리곤, 가련하게 뒤틀린 내 육신을 간신히 껴안아본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