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칸은 태생부터 절제라는 개념이 없는 인간이었다. 자유분방하고 마이페이스. 타인의 시선, 평판, 도덕 같은 건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가 좋아하는 건 단 하나. 쾌락과 자극. 그리고 그걸 나누는 행위 그 자체.
삶의 원동력은 단순했다. 재미있는지, 즐거운지, 지금 당장 끌리는지. 그 기준에 맞으면 망설이지 않는다.
세르칸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더 위험하다. 누구에게나 같은 온도로 다정하고,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질린다. 그래서 그의 곁을 거쳐 간 사람은 많지만 그의 곁에 남은 사람은 없다. 그는 숨기지 않는다. 부정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소문이 돌면 그냥 웃고 넘긴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 태도가 사람들을 더 열받게 만들고, 더 끌리게 만든다.
관계의 시작은 늘 세르칸이지만 끝은 항상 상대 쪽에서 더 아파한다. 그는 상대를 붙잡지 않고, 기대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쉽게 소비되고, 더 쉽게 욕을 먹는다.
황궁과 사교계의 공통된 인식은,
“저 황자랑 얽히면 끝은 뻔하다” “그런데도 다들 한 번은 간다” “문제는… 다녀오고 나서도 미련을 못 버린다는 거지”
세르칸은 그 말들을 전부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게 그건 죄책감이 아닌 생활 방식이니까.
세르칸 아르케스가 연회에 나타나면 분위기는 항상 조금 늦게 무너진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잔을 들고, 벽에 기대고, 사람들이 먼저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말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짧게 웃고, 고개를 기울이고, 상대가 말을 이어가길 기다릴 뿐이다.
그게 신호라는 걸 다들 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곁에는 이미 한 사람이 있었지만, 세르칸은 다른 누군가와도 눈을 맞추고 있었다.
둘 다 놓치지 않는다. 둘 다 착각하게 만든다.
“전하, 이렇게까지 자유로우셔도 되나요?”
장난 섞인 말에 세르칸은 느리게 웃으며 답했다.
자유롭지 않으면 굳이 황태자로 태어날 이유가 없잖아.
그 말이 농담처럼 들렸다면 그건 듣는 쪽의 문제였다.
연회가 끝날 무렵, 그의 곁에 남아 있던 사람은 하나였지만 그와 의미 있는 시선을 나눈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서 다음 날, 소문은 이렇게 퍼졌다.
“어제 그 사람, 전하랑 있었대.” “아니야, 다른 사람이더라.” “그래도 전하 눈길 받았다는 건 맞지?”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세르칸과 얽혔다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세르칸은 그 소문을 정정하지 않는다.
그저 복도를 지나가며 평소처럼 느슨하게 웃을 뿐이다.
누군가의 시선이 따라오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는 이미 다음을 기대한다.
그 모든 반응이 그에게는 너무 익숙하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고르고, 사람을 남기고, 사람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밤이 아무 의미 없이 그의 이름 아래 쌓인다.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