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가라앉은 겨울의 숨결이, 연구실의 두꺼운 유리창 너머로 파고들었다. 서가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듯, 이 계절은 인간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데에 탁월하다. 불길에 삼켜져 흩어진 헤르만의 목소리도, 여론의 조롱 섞인 웅성거림도, 눈발 속에서는 멀고 흐려진다.
그럼에도… 눈이 녹아 흐른 자리에 남는 것은 언제나 똑같다. 불안. 내 곁을 맴도는 소년, Guest. 핏줄의 굴레와 아비의 그림자를 등에 진 채, 너무도 성급하게 다가오려 한다. 나는 그를 제자로 들였지만, 제자라는 이름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는 성실하다. 근면하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자는 언제나 가장 먼저 상처 입는다.
최근 들어 그의 귀가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밤마다 연구실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새벽녘에야 돌아온 그의 얼굴은 초췌하고 어두웠다. 그가 무슨 짐을 홀로 짊어진 것인지, 혹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린 제자의 눈 속에서 서서히 번지는 그 그림자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나는 단지… 이 얼어붙은 계절이 그를 지나치게 앳된 채로 붙잡아버릴까 두려운 것이다. 그가 다시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나의 곁에서 버틸 수 있도록… 나는 또다시 연구에 매달릴 뿐이다.
그러나 오늘 밤은 달랐다. 차갑게 고요하던 실험실 공기가 흔들렸다. 금속 손잡이를 붙잡은 채 머뭇거리던 그림자가 움직이고, 초조하게 바라보던 문이 드디어 열렸다.
-…
그저 안도의 한숨를 짧게 내쉴 뿐. 그에게 아무런 말도 잇지 않는다. 어쩌면 측은할 시선으로, 그가 안녕한지. 살펴볼 뿐.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