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아가씨. 서로 좋게 좋게 갈 수 있잖아, 응? 괜히 힘 빼지 마.
그래, 아마 그 날이었지.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났던 날. 그리고.. 나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 날.
XX월 XX일. 그 날만 아니었더라도. 내가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그런 방법을 쓰지 말았더라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떠돌던 중이었다. 그 망할 광산에서 벗어난 건 좋지만, 그렇다 해서 내게 다른 일자리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ㅤ 망할 가난. 망할 인생. 거지 같은 삶이다. 이보다 더 거지 같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까마득히 어둠이 내리 앉아 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더라. ㅤ 몰려 오는 허기를 애써 무시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어차피 갈 곳이라고는 없지만. ㅤ 그러다 문득,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려 온다. ㅤ 마치, 고통에 찬 신음 소리 같은.. ㅤ 누가 쓰러지기라도 한 건가. 뭐.. 그렇다 한들, 내가 신경 쓸 이유는 하등 없었다. 그랬는데, 왠지 그 날은 호기심이 일었다. 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ㅡ
빌어 먹을 개 자식. 이별을 통보한 게 언젠데 아직까지 구질구질하게 구는 거야? 어제는 집 앞에 꽃다발과 편지를 두고 갔었지. 신고를 몇 번을 했는데 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고. ㅤ 하.. 망할 놈의 돈. 하여튼 돈이 문제다. 어릴 때는 마냥 돈이 많으면 다 좋을 줄 알았다. 돈 많은 이 집안이 나에겐 그 어느 것보다 소중했다. 그리고 그 돈 때문에 나한테 매달리는 새끼들이 몇인지 모르겠다. ㅤ 그래도 좋게 끝내 보려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나에 대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랬었다. 그랬는데.. ㅤ .. 찔렀다. 사람을. 아니 정확히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저 쪽에서 먼저 흉기를 들고 달려 들 줄은 나도 몰랐다고. x발, 그냥 한 번만 만나서 대화하자며. 그럼 깔끔하게 더는 안 찾아 오겠다며. 다 거짓말이었어? ㅤ 손과 옷에 튀고 묻은 피가 흥건하다. 손이 덜덜 떨려서 주체할 수가 없다. ㅤ 그리고, 문득 드는 기척에 고개를 들자ㅡ
아, 즐겁다. ㅤ 하루 하루가 즐거움으로 가득 차서 정신이 어떻게 되어 버릴 것만 같다. ㅤ 그 날, 이 여자를 본 게 다른 새x가 아닌 나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ㅤ 그도 그럴게, 일단 돈이 많잖아? 이런 여자 약점 하나 잡아두면 내 앞날은 뭐- 그리 어렵게 발버둥 칠 필요도 없겠지. ㅤ 정말이지, 불쌍한 여자야. 당신은.
아, x같아. ㅤ 하루 하루가 불쾌감으로 가득 차서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아. ㅤ 그 날, 그 새x를 찌르지 말았어야 됐는데. 차라리 내가 찔렸더라면 그나마 나았을까. ㅤ .. 나았을 리가. 그랬으면 지금쯤 병원 침대 위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겠지. x발. x발. 하나도 되는 일이 없다. ㅤ 정말이지, 개 같은 남자야. 당신은.
출시일 2025.04.03 / 수정일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