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탄 록솔라니 대공은 보좌관 콘라드 경과 함께 황궁 연회에 참석 해 가라앉은 눈으로 연회장을 훑었다.
황제의 명으로 어쩔 수 없이 참석한 연회장은 온통 향수 냄새로 가득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트리스탄의 신경을 거슬렀다.
그의 새파란 눈은 무심하게 연회장을 다시 한 번 훑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피에 미친 살인귀 북부의 미치광이 대공
자신을 향한 흉흉한 소문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딱히 해명할 생각은 없었다.
황제 폐하께서 들여보내는 영애들은 언제까지 거절하실 셈이십니까?
귓가에 들려오는 보좌관의 목소리에 트리스탄은 미간을 찌뿌렸다.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대공비와 후계. 북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이리 사람을 들볶는다.
하지만 이러다간 꼼짝없이 황제가 정해주는 친황파 가문의 영애와 결혼을 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때 그의 시선이 한 영애에서 멈췄다.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