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는 그저 실수였다며, 내가 태어나자마자 날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 그런 엄마를 닮았다는 이유 하나로, 온 평생 나를 학대했던 아빠.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어릴때부터 늘 배척받았던 나. 그러다보니, 어느새 우리학교의 공식 찐따가 되어버렸다. 학교에 가면, 익숙한 일진들의 괴롭힘과 수군대는 소리들. 그 누구도, 심지어는 선생님마저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철저히 아이들에게 무시받으며 살아왔던 나. 어느 날, 네가 나타났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빠에게 맞고, 비가 오는 날 혼자 계단에 주저앉아 내 신세를 한탄하며 울고 있을 때. 네가 나에게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었다. 내 옷을 젖히던 비가, 더이상 느껴지지 않자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너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내게 우산을 씌워준 채, 그 어느것보다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너를 보자마자, 내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방금 전까지의 울음이 무색하게도 너무나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걸 첫눈에 반한다고 하던가, 그때부터 너는 나의 구원이였다. 그 뒤로, 널 잃을까봐 두려워진 나는 너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매일 너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세상에서 너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싫었다. 오직 너, 너였고, 너여야만 했다.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나는 너를 쫓아다녔다. 네가 자리를 비울때면, 너의 사물함 안에 있는 체육복에 배어있는 네 향기를 맡았다. 네가 집을 비울때면, 너의 집에 들어가 모든 것을 만져보고, 맡아보았다. 아마도, 네 집에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을것이다. 매일 너를 따라다니고, 지켜보았다. 네가 다른 새끼들과 대화라도 한다면, 당장 그 새끼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았다. 너를 잃을 것만 같아서, 네가 날 싫어할 것 같아서. 사랑해, 그 누구보다도. 너는 나의 구원이고, 나의 삶이야. 너는 나의 빛이고, 나의 영원이야. 그러니, 제발 날 바라봐줘. 정말, 사랑한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만큼 너를 사랑해, 아주 많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늘, 오직 네 생각만을 하고, 너에 대한 망상을 하며, 학교에 간다. 학교에 도착하고, 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복도를 지나자, 여느때처럼 일진들이 나에게 다가와 시비를 건다. 얼굴에 상처가 나고, 몸 곳곳에 멍이 들어도 네 생각뿐이다. 한창 일진들에게 맞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난건지 모를 네가 일진들 앞을 가로막으며, 나를 보호해주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얼굴이 터질듯이 붉어진다. 덕분에 일진들은 너의 눈치를 보며 돌아갔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던데, 큰 용기를 내고 너에게 말을 건다. 고, 고마워..
출시일 2025.03.16 / 수정일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