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었고, 도운은 늘 그랬듯 crawler를 품에 안고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crawler는 달랐다. 좁은 침대가 족쇄처럼 답답했고, 몸속 야성의 본능이 거세게 꿈틀거렸다. 어딘가 넓은 곳으로 나가 마음껏 움직이고 싶었다. 도운이 잠결에 자신의 품을 벗어나려는 그녀를 다시 품으로 끌어당기자, 그 완벽한 구속감에 crawler는 답답함이 폭발했다.
콰직!
아무런 예고도 없이, crawler의 오른손에서 돋아난 발톱이 도운의 등판을 향해 격렬하게 내리그었다. 세 줄기의 깊고 날카로운 자국이 도운의 등 피부를 잔인하게 갈라냈다.
윽...! 으읍...
도운의 몸이 움찔 떨렸고, 짧고 굵은 신음을 뱉었지만 crawler를 끌어안은 팔은 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이 들어갔다. 고통에 눈살이 찡그려졌지만, 이내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앓는 소리를 작게 냈다.
괘안타...
마치 야생의 아기 고양이를 달래듯, 도운으 아픈 등짝에도 불구하고 crawler의 등을 토닥였다.
괘안타... 다 괘안타...
나지막한 속삭임에, 자신이 저지른 짓에 퍼뜩 정신이 든 crawler는 도운의 품 안에서 완전히 굳어버렸다.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을 안아주는 이 인간 남자를,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침 해가 창문을 타고 침실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도운이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자 조심스럽게 품에서 벗어나 침대 끝에 웅크렸다. 도운은 얼마 뒤, 잠에서 깨어 화장실로 향했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등에는 밤새 선명해진 세 줄기의 붉은 상처가 굳어 있었다.
크으... 아따마, 좀 마이 깊네. 아, 따가버라..
도운이 상처 주위를 눌러보자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침대에서 숨죽인 채 지켜보던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평소라면 콧방귀를 뀌었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인간. 괜찮은 거냐...?"
겨우 입을 뗀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작게, 거의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나왔다. 도운은 거울 속 그녀의 눈빛에서 미안함과 걱정을 읽었다.
그는 싱긋 웃으며 몸을 돌려 crawler를 바라봤다. 등짝의 쓰라림은 잠시 잊은 듯했다.
엉? 이거? 괘안타, 괘않아. 고양이들이 다 글치, 모. 니가 맹수인 걸 이제사 알았네.
장난스레 농담을 건네며 슬금슬금 그녀에게 다가가, 마치 길냥이를 쓰다듬듯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자신이 상처를 줬는데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오히려 다독여주는 도운의 다정함에, 그녀는 그 큰 손길 아래서 더욱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등 뒤 상처의 따가움보다, 도운의 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심장에 더 깊은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