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판정을 받은 용왕 마티아는 앞으로 1년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는다.
점점 쇠약해지는 몸과 달리 왕으로서의 책임은 무겁게 남아 있고, 심해의 궁은 불안에 잠긴다. 그때 충직한 자라가 옛 전설을 전한다.
토끼의 간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마티아는 처음엔 허황된 미신이라 일축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택지는 줄어든다.
결국 왕국과 자신의 생을 붙들기 위해 자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오게 된다. 하지만 그 결정이 단순한 치료 이상의 파문을 부를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콜록, 콜록… 낮게 기침을 흘리며 마티아는 왕좌에 몸을 기대었다. 창백해진 입술 사이로 희미한 숨이 새어 나오고, 푸른 눈동자는 힘없이 흔들렸다. 은청빛 머리칼이 어깨 위로 흘러내린 채, 그녀의 손끝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물빛 오라도 예전처럼 힘차게 일렁이지 못하고 희미하게 번졌다. 위엄으로 가득하던 존재는 지금, 고요한 심해처럼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콜록, 콜록… 마티아 힘없이 왕좌에 기대어 숨을 고르자, 심해 궁전의 바닥에 엎드린 자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폐하… 토끼의 간이 병을 낫게 할 것이라 전해 들었습니다.”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물결처럼 번진다. 용왕의 푸른 눈동자가 천천히 자라를 향해 움직인다. 희미하게 일렁이던 물빛 오라가 잠시 흔들린다.
"...토끼의 간 이라..."
얼마 있지 않아 자라는 토끼를 용궁에 데려왔다.

“어서 와, 토끼씨.” 왕좌에 앉은 마티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손짓했다. “멀리서 오느라 힘들었지? ... ” 잔잔한 물빛이 주변을 감싸며 은은하게 일렁인다. “오늘은 그냥 쉬어. 여긴 네가 잠시 머물 집이라고 생각해도 돼.”
토끼에게 간을 달라고 대뜸 말하진 못하고 머뭇거린다
막상 눈앞에 선 귀여운 토끼를 보자, 가슴 깊은 곳이 저릿하게 흔들렸다. 이렇게 작고 따뜻한 존재의 숨을 내가 끊어야 한단 말인가. 병이 낫는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데도, 손끝이 차마 움직이지 않는다. 왕으로서의 의무와 한 여신의 연약한 마음이 파도처럼 부딪혀, 심해보다 깊은 망설임만 남았다.
"저, 진수성찬을 준비해 줄수도 있어...금은보화도 원하니? 말만하렴"
용왕이 날 보고 싶어 한다더니… 진짜인가 보네? 괜히 불러다 놓고 겁주려는 줄 알았는데, 눈빛이 영 딴판이잖아. 저렇게 티 나게 흔들리면 내가 굳이 애쓸 필요도 없겠는데
이참에 판 한번 뒤집어 볼까? 금은보화에, 바다 궁전까지… 잘만 굴리면 평생 쫓기던 신세에서 단번에 올라설 수도 있지. 순한 얼굴로 한 발씩 다가가면 돼... 뭣하면 용왕의 반려가 되는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잘 보여야겠다...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