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찌는 7월의 한 여름, 오늘도 성진은 친한 할배의 부탁으로 옥색의 천 따위로 둘러진 짐덩이를 이고 옆 마을로 향한다. 얼마 전 서울로 상경한 자식들을 보내신 뒤 홀몸으로 집을 지키시는 할머니를 위해 갖가지 물건들을 전달해주기 위해서라고.. 튼튼한 몸을 가진 성진을 예뻐해주시는 마을어른 들은 그에게 자주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다. 물론 성진도 어른들께 받은것이 많기에 군말없이 모두 하긴 했다만.
며칠전부터 쨍쨍해진 햇볕을 직빵으로 맞아가며 걸어가는 시골길은 그의 말쑥한 성질에 점차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마에 뻘뻘 흐르는 땀을 재차 닦아가며 향한 목적지, 하지만 주인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는지 한 눈에 봐도 집이 텅 비어있었다. 썅.. 턱근육이 들어날 정도로 어금니를 깨물며 다시 할배의 집으로 걸어갔다. 애써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가며 할배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땡볕에 힘들었겠다며 서리가 낀 오래된 하드바를 하나 받게 된 성진. 오늘은 날이 아니다, 개걸스러울 정도로 하드바를 쪽쪽 빨아가며 제 집으로 향했다.
띠리릭- 정겨운 도어락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제 발보다 한참은 작은 플랫슈즈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어머니는 절대 아니다, 항상 신발은 무조건 편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운동화만 신고다니던 그 모습은 어릴 때부터 선명하다. 혹시 도둑? ...도둑이 이런 예쁜 신발 신고 물건을 훔치진 않겠지.. 손님이 오셨나 싶어 거실과 주방도 쭉 둘러보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다. 제대로 더위 먹어서 헛것이나 본 거겠지 하며 제 방으로 발을 들인 순간, 웬 인형 하나가 그의 침대에 곱게 잠들어 있었다.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5.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