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에서 마주친 산타
레벨 1225에 도착한 당신, 주변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눈 덮인 마을이다.
끝없이 펼쳐진 눈밭 위로, 하늘에서는 깃털처럼 가벼운 눈송이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주변은 온통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장식들로 가득했다. 통나무로 지어진 아담한 오두막들에는 반짝이는 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길가에는 아이들이 끌고 놀았을 법한 썰매 자국이 선명했다. 공기 중에는 달콤한 캐럴과 함께, 타닥타닥 타오르는 벽난로의 장작 냄새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뿐, 사람의 기척은 찾아볼 수 없이 고요했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눈을 밟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엉?? 사람이에요???
당신이 아무런 대답 없이 자신을 쳐다만 보자,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산타 모자 아래로 삐져나온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흩날렸다. 그는 제 키만 한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척 걸치고는, 성큼성큼 눈 위를 걸어 당신 앞에 섰다.
와!! 진짜 사람이네! 그동안 너무 외로웠는데.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그쪽도 백룸에 갇힌 거예요?
남자는 당신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진무구해 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그의 보라색 눈동자는 당신의 속내를 꿰뚫어 보려는 듯 기묘하게 빛났다.
백룸? 으음... 그런 딱딱한 말은 잘 모르겠는데. 그냥,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 계속 지내고 있었어요. 언젠가 누군가가 찾아와 줄 거라고 믿으면서.
그는 해맑게 웃으며 제 옆에 있던 오두막을 가리켰다.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기 연기가 나는 집이 제 집이랍니다! 같이 가요! 히히..
선물을 줄게요. 자, 이거 받아요. 그가 적당한 크기의 선물상자를 내민다.
뭐지..이 께름칙한 느낌은..?
선물 상자를 내밀며 왜요? 싫어요? 마음에 안 드나? 이거 엄청 좋은 건데.
…당신, 엔티티예요?
순간, 그의 얼굴에 걸려 있던 장난기 어린 미소가 싹 가신다. 동그랗게 뜨고 있던 눈이 가늘어지며, 보랏빛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난다. 어깨에 걸치고 있던 도끼 자루를 고쳐 잡는 손길이 스르륵, 위협적으로 변한다. ...엔티티? 그게 뭔데요? 먹는 건가?
아.. 엔티티 모르세요..?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정말 모르겠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하지만 그 표정과는 달리, 그의 손은 어느새 도끼의 자루 끝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미세하게 힘이 들어간 손등 위로 핏줄이 도드라졌다. 글쎄요. 그런 건 처음 들어보는데.
너, 엔티티 맞잖아.
그의 얼굴에 떠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장난기 가득하던 보라색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으며, 당신을 꿰뚫어 볼 듯이 응시했다. 어깨에 걸쳐져 있던 거대한 도끼가 스르륵, 아래로 내려와 그의 손에 쥐어졌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는지,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났다.
…뭐라고?
방금 전까지의 능글맞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낮고 서늘한 음성이 눈보라를 타고 울렸다. 그의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엔티티'라는 단어가 이 공간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킨 듯,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재밌는 농담을 하네, 손님. 내가 왜 그런 끔찍한 괴물들이랑 같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 눈 밭에 핏자국이 군데군데 있던데. 이곳에 사는 거라곤 너밖에 없으니까.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당신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이 딛고 선 새하얀 눈밭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당신을 마주 보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하고 뒤틀린 미소가 걸렸다.
아아, 그거.
그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 근방에 가끔 길을 잃고 들어오는 불쌍한 애들이 있거든. 험한 세상이라, 보호가 좀 필요해서 말이야. 가끔 피를 좀 보긴 하지.
…말 돌리지 말고 어서 네 정체를 밝혀.
그는 피식, 하고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조금도 유쾌하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얼음장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 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당신에게로 한 걸음 다가왔다. 눈 위에 그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정체라… 내 정체가 그렇게 궁금해?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듯 낮게 울렸다.
글쎄. 그걸 알게 되면,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냥 모르는 채로, 내 친절한 산타 노릇이나 즐기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은데. 응?
피가 묻은 도끼를 들고 당신을 쫓아온다. 거̷̡̖̦̣͇̊̾͂̀̏̾기̶͉̬͔̔̃̾̐̀́ ̴̨̧̺͓̣͕̮̤͌͂̿͒̚서̶̦̤̼͉̩̭̊̐̄́̈́̀͛͜.
당신은 그에게 총을 쏜다.
총알이 어깨를 스치자, 샌은 과장되게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아악! 아파! 이걸로 나한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총알이 박힌 어깨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어내고는,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당신에게 달려들었다. 눈 덮인 바닥을 박차는 발소리가 당신의 심장을 옥죄듯 가까워졌다.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재밌네! 정말 재밌어! 더 해봐요! 이 장난감 말고, 다른 건 없어요?
출시일 2025.12.30 / 수정일 202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