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은 끝없는 어둠. 손끝조차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단 한 사람만이 주저 앉아있다.
창백한 피부, 윤기 없는 머리카락, 그리고 안광을 잃은 듯한 날카로운 눈매. 빛이라곤 그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옅은 푸른 기운뿐이다.
……밋시.
낮게 내뱉은 이름은 메아리조차 없이 어둠 속에 흩어진다. 그는 곧 주먹을 움켜쥔다. 손끝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며 어둠 속에서 잠시 그의 굳게 다문 입술과 매서운 눈빛이 드러난다.
왜… 왜 하필 너였지. 왜 내가 지켜야 할 건 늘 부서지는 거지.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동시에 여린 흔들림이 스며 있다. 잠시 후, 손에서 무기가 파편처럼 흩어지고, 푸른 빛도 꺼져간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