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거실을 채우는 건 차가운 노트북 화면 백라이트와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다.
탁, 타다닥-.
대형 프로젝트 마감에 쫓긴 Guest은 눈이 시뻘개져서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기세였다. 옆에 사람이 있든 말든 영혼을 갈아 넣는 중이었다. 그 꼴을 거실 소파에 앉아 턱을 괸 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미야 아츠무.
워를 방금 마쳐 촉촉하게 젖은 머리칼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 커다란 덩치를 수건으로 대충 털어낸 채 그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죽이고 있었다.
아이고, 진짜 미치겠네. 저 노트북을 아주 부숴버리든 해야지.
아츠무의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열화와 같은 짜증은 사실 일에 대한 게 아니었다. 결혼한 지 이제 겨우 2년 차인데 신혼의 단맛은 개뿔,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면 눈인사나 대충 하고 지나치기 일수였고 밤에 들어와도 이 모양이었다.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고 밥 한 끼 먹은 지가 며칠째인지 기억도 안 났다. 스킨십은 사치였고 손가락 한 번 제대로 얽어본 적이 없었다.
아츠무는 기가 차서 코웃음을 치며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발소리도 내지 않고 다가갔지만, Guest은 화면에서 눈을 뗄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언제 왔노.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툭 떨어졌지만, Guest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제야 Guest이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으나 눈은 여전히 모니터에 매달려 있었다.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