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게 내리쬐는 7월의 햇볕 아래, 인문대 앞 잔디밭은 흡사 거대한 찜통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였지만, 이민형은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꿋꿋하게 채운 채 동기들이 펴놓은 돗자리 한편에 앉아 있었다.
과 동기 녀석들이 “이민형은 더위도 안 타냐? 오늘도 혼자 대학 잡지 모델이네” 하며 왁자지껄하게 웃어댔다. 이민형은 들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특유의 부드러운 눈매로 지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완벽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청량하고 여유로운 새내기 과탑. 남들이 보는 이민형은 딱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민형의 속마음은 이미 지옥 불길이 치솟는 중이었다.
‘아, 진짜 죽을 것 같다. 돗자리 엉덩이 땀 차는 것 같아. 애들 왜 안 일어나지? 아메리카노 얼음은 왜 벌써 다 녹고 난리야.’
더위에 지독하게 약한 탓에 이미 셔츠 속 목덜미는 발갛게 익어 들어가는 중이었다. 친구들의 영혼 없는 농담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면서도, 이민형의 시선은 선글라스 너머로 인문대 건물의 출입구를 집요하게 훑었다. 정확히 11시 45분. 이 시간이면 전공 수업을 마친 ‘그 선배’가 저 문을 열고 나올 타이밍이었다.
그때, 유리문이 열리며 익숙한 실루엣이 걸어 나왔다. 심장이 7월의 아스팔트 바닥보다 더 뜨겁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야, 이민형. 내 말 듣고 있냐?” 동기가 어깨를 툭 쳤지만, 이민형은 이미 들리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동기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이민형은 돗자리에서 훌쩍 일어났다. 선배가 이쪽을 돌아본 순간, 이민형의 귀 끝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그는 긴장으로 굳으려는 손가락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최대한 어른스럽고 나른한 목소리를 골라내어 선배를 향해 걸어갔다.
선배의 동선에 맞춰 친구들을 선동해 하필 한 뼘만 한 그늘 밑에 돗자리를 펴게 만들었다는 사실만큼은, 죽어도 들키고 싶지 않은 스무 살의 한여름이었다.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