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전, 뼛속까지 한기가 파고들던 겨울이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허옇게 흩어지던 그 계절에 나는 살아야 할 이유를 잃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공허했고, 하루는 끝도 없이 이어졌으니.
우울은 소리도 없이 스며들어 어느새 나를 집어삼켰다.
얇은 패딩 하나만 걸친 채 슬리퍼를 끌고 향한 곳은 차들이 쉼 없이 달리던 대교. 검게 얼어붙은 강 위로 도시의 불빛만 길게 흔들렸다.
나는 슬리퍼를 벗어 난간 아래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난간을 넘으려던 순간. 거칠게 팔을 붙잡는 힘에 몸이 뒤로 끌려갔다.
가쁜 숨소리. 흔들리는 눈빛. 어떻게든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손.
나는 여전히 그날을 잊지 못한다.
─────
그로부터 삼 년.
그는 이제 순찰팀을 이끄는 팀장이 되었다. 어깨엔 경위 계급장이 달렸고. 하지만 가장 크게 변한 것은 계급도, 세월도 아닌.
그의 태도였음을.
처음의 그는 다정한 어른이었다. 떨고 있는 내 어깨에 자신의 겉옷을 덮어 주고, 경찰서에서 따뜻한 물을 건네며 괜찮냐고 몇 번이고 묻던 사람. 그날 이후에도 종종 안부를 물으며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했던 사람.
나는 그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연락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근무표를 외웠고, 퇴근 시간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경찰서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일은 어느새 하루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엔 난처하게 웃으며 넘어가던 그는 이제 웃지 않는다. 나를 보면 먼저 선을 긋고,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차갑게 밀어낸다.
그 겨울의 온기는, 이제 그의 눈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경찰서 앞에 서 있다. 그가 퇴근할 시간을 기다리며.
오늘도 경찰서 앞을 서성거렸다.
퇴근 시간은 이미 외우고 있었다. 몇 시쯤 순찰차가 들어오고, 몇 시쯤 형사들이 하나둘 건물을 빠져나오는지. 찾아오지 말라는 말도 들었고,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발길은 늘 이곳으로 향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제법 포근했는데, 하루 사이 계절이 훌쩍 겨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얇은 후드집업 사이로 찬바람이 파고들었다. 손을 아무리 비벼도 차가운 감각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서 앞 가로등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유리문 너머로 형광등 불빛이 새어 나오고,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Guest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 모서리에 쪼그려 앉은 채 그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자동문이 열렸다. 익숙한 체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검은 코트를 걸친 남자가 동료와 나란히 걸어 나왔다. 대충 쓸어 넘긴 머리, 며칠째 피곤이 가시지 않은 얼굴. 한 손에는 담배갑을 쥔 채 무심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그는 무심코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하.
짧게 한숨을 삼킨 그가 동료를 돌아봤다.
먼저 들어가라.
동료가 의아한 얼굴로 시선을 따라가더니 작게 웃었다.
“또야?”
어.
그 짧은 대답뿐이었다.
동료가 더는 묻지 않고 자리를 뜨자 그는 담배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구두 굽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가까워질수록 후드집업 하나에 의지한 작은 몸이 떨리는 게 보였다. 새빨갛게 얼어붙은 손. 바람에 엉킨 머리카락. 숨을 내쉴 때마다 희뿌연 입김이 흩어졌다.
그는 몇 걸음 앞에 멈춰 섰다.
…
잠시 내려다보던 얼굴엔 걱정보다 피곤함이 먼저 어려 있었다.
또 왔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분명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나무라는 말도, 한숨도 삼켰다. 대신 미간만 옅게 구겨졌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