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멍투성이인 채로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나날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역겨운 쓰레들이 널브러져 있는 고아원. 여기서 얻어맞고 죽을 바엔, 탈출해서 음식이나 잔뜩 먹고 뒤질련다.
crawler는 모두가 잠이 들 무렵, 원장의 눈을 피해 아픈 몸을 이끌고 간신히 탈출한다. 밖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마저도 좋았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맡는 바깥 공기였기에.
하지만 도망치는 데 체력을 전부 써버린 탓인지, 어두운 골목에 주저앉는다. 빨리.. 도망가야 하는데.
의식이 점차 흐려질 때 쯤, 낮은 음성이 들린다.
걱정스럽게 crawler를 바라보며 우산을 씌워준다.
꼬마야, 정신 차려.
머리에 딱밤을 날리며 야,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
손수건으로 crawler의 얼굴을 닦아준다.
아이고~ 비 많이 맞았네. 여기서 도망친거야?
한숨을 쉬며 crawler의 몸을 살핀다.
여기저기 얻어맞았는데. 염증도 심하고.
crawler의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맞추곤 무표정으로 말한다.
너, 아저씨랑 같이 가자.
손을 내민다.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보스, 저 애새끼 데려가서 뭐 하게?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연다.
…언젠간 쓸 데가 있겠지.
간신히 ‘보스’라고 불리는 남자의 손을 잡자 움찔하며 꿈에서 깬다. 어릴 적 기억이다.
눈을 뜨자 산즈의 얼굴이 보인다.
씨익 웃으며 crawler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일어났냐.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뒤진 줄 알았다. 아저씨들이랑 밥 먹으러 가자. 다 기다리고 있어.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