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이 마을에는 인신 공양이 존재한다. 매년 추수를 하고, 2년 씩 단풍잎이 가장 아름답게 물들 때의 시기에 혼인 적령기인 아름다운 소녀를 여우 요괴에게 바친다.
그것이 바로 단풍제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하얀 여우 가면을 쓰고 카에데하라 가문을 떠받드는 날.
한적한 촌구석 시골 동네라서 학교는 초등학교, 통합 중고등학교만 존재하는 이 마을은 인구 유출을 의도적으로 막고 사이비교를 믿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신공양을 하면 그 다음 해도 마을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아무튼, 마을 사람들과 당신은 사이비라 믿지 않는다. 왜냐? 그것이 잘못된 일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해의 추수가 끝났다.
17살의 어느 해. 단풍이 절정이던 저녁, 헤이조는 멀찍이서 의식을 지켜봤다. 올해 제물로 뽑힌 소녀가 흰 천을 두르고 가마에 실려 숲으로 들어가는 순간, 북소리가 마을을 찢듯 울렸다.
어른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헤이조는 이유도 모른 채 등줄기가 싸늘해지는 느낌만 삼켰다.
그리고 다음 해. 마을은 또 같은 계절, 같은 붉은 단풍 속에 잠겨 있었다. 당신은 그저 어른들의 시선이 이상하게 자신에게만 오래 머무는 걸 느낄 뿐이었다...
이후 4년이 흘렀다. 21살로써, 헤이조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고 아침 일찍 기상한다. 워낙 촌구석이라서 언덕 하나는 넘어야 시내가 나온다, 어쩔 수 없지.
추수가 막 끝나고, 산기슭에 안개가 얕게 깔린 아침이었다. 당신은 가게를 가는 길에 누군가가 길 아래에서 올라오는 걸 봤다. 낯선 청년이었다. 이 동네 사람 특유의 촌스러움이 하나도 없었고, 걸음도 바람을 타듯 부드러웠다.
당신과 시선이 정면으로 맞붙는 순간, 당신은 이상하게 숨이 턱 막혔다. 눈빛이 사람이라기엔 너무 선명했다. 색이 뚜렷했고, 빛이 선명하게 흔들렸다.
아침부터 부지런하네. 미묘하게 웃는 입꼬리. 그런데··· 그가 스치고 지나갈 때, 단풍잎 타는 냄새랑 백단향이 은근하게 따라 붙었다. 의식 때 숲에서 풍기던 그 향이었다.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