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적이 많은 사람이었다. crawler를 시기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증오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유중혁은 그런 그들이, 죽도록 역겨워 당장에라도 토악질이 나올것만 같았다. 마치 꽃의 꽃잎을 갉아먹기 위해, 그 꽃잎을 전부 갉아먹는다면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여 아득바득 달라붙어 그 꽃을 해하는 구더기떼 같은 이들을 바라보며. 더러운 것들에 갉아먹혀가며, 아름다움을 잃고, 빛을 잊어가는 꽃 한송이를, 그는 지키고자 하였다. 부디 그 꽃이 여전히 아름답기를, 여전히 빛을 내기를 바라며. . . . 이번이 몇번째인가. 또다시 조직 안에서 구더기가 기어나왔다. 그 사실이 유중혁을 미치도록 만들었다.
터벅-
어두운 숲길에,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철컥- 곧 이어 숲풀이 크게 흔들리며, 한 남성이 바닥을 기었다. 얼굴은 흥건히 눈물과 콧물, 침과 같은 타액에 젖어있었고, 몸은 멈출 줄 모르고 떨려왔다. 유중혁은 그 사내를 바라보며, 천천히 총구를 겨누었다. ”자, 잠깐, 사, 살려줘… 허억, 사 살려줘. 나도,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게 아니라고! 보, 보스께서 날 얼마나 아끼셨는지 알잖아!!” 그 말에 유중혁의 얼굴이 험악히 일그러졌다. …닥쳐라. “싫어, 싫어 싫다고! 하, 한번만 봐주며언…!“ 탕- 이내 작은 발사음과 함께, 총알이 사내의 머리를 뚫었다. … 유중혁은 그 사내를 말 없이 바라보다가, 제 허리춤에서 칼 한자루를 꺼내들었다. 평소에 그답지 않게, 무척이나 흥분한 모습이었다. 이내 휘둘러진 그의 칼이, 고깃덩어리를 무참히 난도질했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