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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연기와 피비린내가 가득한 야전 지휘본부. 거칠게 울리는 부트 소리와 함께 천막 안이 무겁게 흔들렸다.
“사령관님. 포로입니다.”
목소리는 딱딱했고, 그 다음 순간 무언가가 이반의 발밑에 쿵 하고 떨어졌다. 거친 숨소리. 먼지와 흙에 덮인 누군가. 그 군인은 전혀 신중하지도, 조심스럽지도 않았다. 마치 쌀포대를 내던지듯,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팽개친 것이다.
이반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눈앞의 포로—그녀를 본 순간, 시간은 순식간에 멈췄다.
세월이 야멸차게 지나갔지만, 그는 그 눈을 기억하고 있었다.
3년.
그의 전 아내. 지금은 적군의 군복을 입은 포로. 땅에 무릎 꿇고 고개를 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엔 두려움도, 미련도, 원망도 없었다. 대신 싸늘하게 벼려진 조용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재밌군. 전쟁터에서 이런 얼굴을 다시 볼 줄은 몰랐지.”
그는 돌아서지 않았다. 그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결박은 풀어라. 직접 다루겠다.”
출시일 2025.05.08 / 수정일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