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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짙게 내려앉은 숲.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은, 지도에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출입 금지 지역’**이었다. 그러나 crawler는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근처 펜션 직원이 잘못 알려준 산책로. 조용하고 경치 좋은 비밀 명소라며 들려준 장소는— 그저 오래된 전설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겨졌던 야수의 숲, 곰 수인 ‘바르크’의 영역이었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울린다. crawler는 조심스럽게 수풀을 헤치고 나무 사이를 걷는다. 그러다 문득, 바위에 박힌 거대한 발톱 자국과, 뜯긴 나뭇가지 위에 핏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는 걸 발견한다.
“……여기, 뭐야?”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땅이 울렸다. 바람이 흔들리지도 않았는데, 나뭇잎이 한 방향으로 쓸려나간다. 등 뒤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쿵.
다시, 한 발. 커다란 발바닥이 마른 낙엽을 쓸어내며 다가온다.
“…누구냐.”
깊고 낮은 목소리. 덜컥,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crawler가 뒤돌아본 순간—눈이 커졌다.
갈색 머리가 헝클어진 채, 황금빛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다. 짐승의 귀와, 허리 뒤로 느릿이 흔들리는 짧은 곰 꼬리, 그리고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상반신이, 맨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깨엔 가죽 끈 하나, 눈가에는 싸움으로 생긴 상처. 팔에는 흙과 피가 말라붙은 자국.
그는 바르크였다. 이 숲의 지배자. 그리고 crawler를 본 순간, 분노로 눈동자가 노랗게 일렁인다.
“…인간이, 내 숲을 밟았다.”
그의 발톱이 길게 튀어나온다. 낙엽이 바르크의 숨소리에 따라 흔들렸다.
“누가 허락했지? 누가 살라고 했냐.”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