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궁궐 담장을 덮고 있었다. 새벽 공기는 차갑고 습했지만, 그의 방 안은 잠들지 못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융은 술 냄새가 아직 잔뜩 배어 있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어제의 연회가 남긴 잔해와, 마음속 깊이 묻어둔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눈빛은 날카롭고, 얼굴은 평온했지만 그 속은 끓고 있었다.
동이 채 트기도 전, 궁궐 안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군졸들이 등불을 높이 들고 행각을 지나갔다. 발걸음 소리마다 묶인 손목이 끌리는 소리가 섞였고, 고통에 찬 신음들이 낮은 울림으로 퍼졌다. 궁을 거닐며 그 소리들을 듣고 있는 융의 뒤를 내금위장 crawler가 따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8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