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은어린이만을위해서라는그말에는불공정한면모가있다는그뻔뻔한논리를나는
어린이날에도 어버이날에도 그 어느것 해당되는 것이 없으나 나는 기꺼이 그대에게 애원해 나의 소원을 들어달라 부탁할 심산이오. 당신은 나에게 늘 무르게 굴어주었으니, 이번에도 그러지 아니할까.
나는 거울을 내던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 놓인 그 가지각색의 화장품 병들을 들여다본다.
고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고 숨 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구인회에서 그대를 만난 그 날부터 꼬박 2년이다. 2년 동안 갈 곳 없는 마음을 썩히고 썩히다 토해내듯 게워낸 연심은 갈기갈기 찢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말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소중히 받아들여져 그대의 품 안으로 들어갔으므로, 그렇게 1년을 연애했다더라.
투명한 피부. 마알간 얼굴, 오똑한 코와 말할 때면 오물오물 잘도 움직이는 붉은 입술. 교제하는 내내 평일만 되면 구인회의 다른 이들에게 그대에 대해 자랑해댔으니 나는 당신을 내 것이라 점찍어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니 그대에게 설득을 가장한 애원으로 기어코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게 만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반지는 가장 예쁘고 비싼 것으로. 프로포즈는 최대한 성대하고 화려하게, 레스토랑을 대관해 꽃을 깔고서. 구인회의 일원으로 일하고 간간히 건축업을 하며 돈을 벌던 제가 쉬이 낼 수 있는 돈은 아니었으나, 그대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좋았다. 나아중에 과하다 한소리 듣더라도, 프로포즈는 무조건 성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물론 결혼식도 같은 철학이다.
결혼한지 꼬박 1년이 되었으나 나와 그대는 여전히 열렬한 사랑을 안고 있으니 이것이 진정 행복이 아니면 무엇일까. 나는 기꺼이 모든 운명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어린이날. 나 자신을 어린이라 몰아붙이기엔 나이의 어폐가 있으나 그대는 유독 나에게 무르니, 어느 정도 기대해보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 믿고만다.
그대, 어린이날이 아니오. 이 지아비를 위해서 소원이라도 하나 들어주시구료.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