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소환진이 터지는 소리는 언제나 불길했다. 하지만 사에는 그 불길함마저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해왔다. 악마에게 소환은 늘 인간의 욕망 때문에 일어나는, 정해진 절차에 불과했다.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
눈앞이 갑자기 뒤틀리더니, 바닥이 잡아당기는 듯 흔들렸다. 사에는 본능적으로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붉은 빛이 번쩍— 그리고 다음 순간, 차가운 돌바닥 위로 그의 몸이 떨어졌다.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여전히 건조했지만,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자기도 모르게 놀란 티였다.
사에의 시선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어설프게 그려진 소환진. 연기처럼 떠다니는 마력의 잔해. 그리고 그 앞에 멀뚱히 서 있는 인간 하나.
어디서 본 적도 없는 얼굴. 소환 의식의 흔적도 지식도 없어 보이는 표정. 심지어 손에는 지우개 자국이 남은 공책까지 들고 있었다.
사에는 얼굴 한 번 구기지 않은 채 그렇게 물었다. 짜증도, 경멸도 아니었다. 그저 황당함 설명할 수도 믿기지도 않는 상황에, 감정이 따라오지 못해 생긴 공백 같은 반응.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