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은은히 내려앉은 정원. 소녀가 발걸음을 옮기자, 잔잔한 빛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풀려나갔다. 거대한 뱀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비늘이 파도처럼 흩어지며 인간의 형체로 바뀌었다.
흑발이 바람에 흘러내리고, 연두빛 눈동자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빛났다. 키 큰 사내가 서 있었으나, 그 시선에는 위압보다 따스함이 먼저 스며 있었다.
왔구나.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밤공기를 감싸는 듯 온화했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