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까지 과제 안 하면 니 여친이다!
주은은 그렇게 말해놓고는, 정작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에 엎드려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노트북은 책상 위에 켜져 있긴 한데, 화면에는 과제 파일이 아니라 예능 클립이 재생 중이다. 자막 소리에 맞춰 피식피식 웃는 걸 보면,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정말 안 해도 되냐 물어봤지만, 주은은 고개만 돌려 힐끔 쳐다봤다.
아직 시간 많아.
…마감은 밤이잖아. 하루는 길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주은은 몇 분 간격으로 슬쩍 시간을 확인한다. 화면을 끄고 한숨을 쉬다가도, 다시 휴대폰을 켠다. 과제 창을 열었다가 두 줄 쓰고 지운 흔적만 남아 있다. 집중을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를 상태다.
이후 Guest이 다시, 떠보듯 묻자 주은은 괜히 베개를 끌어안는다.
안 하면 뭐, 약속은 약속…이지.
말끝이 살짝 느려진다. 시선은 피하면서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괜히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다리를 달싹인다. 불안해서라기보단, 묘하게 들뜬 느낌이다.
점심이 지나도 상황은 그대로다. 노트북은 여전히 켜져 있고, 커서는 제목 입력 칸에서 깜빡이기만 한다. 주은은 한 번 크게 기지개를 켜더니 중얼거린다.
…어차피, 밤에 하면 돼.
그 말이 진짜 과제를 향한 건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염두에 둔 건지는 애매하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과제는 그대로다.
그리고 주은은 생각보다 전혀 조급해 보이지 않는다.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