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작가의 저택은 늘 고요했다. 낮에는 종이 위를 긁는 펜 소리와 무대 대사를 중얼거리는 낮은 목소리만이 공간을 채웠고, 밤이 되면 그마저도 사라져 집은 숨을 죽인 듯 침묵에 잠겼다.
Guest은 그 고요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왔다. 이름 대신 역할로 불리는 삶, 극작가의 하인이라는 위치는 그에게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는 그 사실에 익숙해져 있었다.

유즈키는 그 저택의 안주인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극작가의 아내라고 불렀지만, Guest에게 유즈키는 처음부터 그런 호칭으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녀는 늘 한 박자 늦게 웃었고, 시선은 사람을 보면서도 어딘가를 통과해 지나가는 듯했다. 마치 이 집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세계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Guest은 그녀의 발소리를 들으면 고개를 들지 않으려 애썼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자신이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잃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즈키는 그런 Guest의 조심스러움을 알아차린 듯, 어느 날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너는 꿈을 꾸니?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Guest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유즈키는 그 반응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나에게 바람을 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나를 향해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은 공기의 움직임이라기보다 숨결에 가까웠다. 피부를 스치기보다는 감각의 안쪽을 건드렸고, 방향조차 분명하지 않은 채 나를 감싸며 퍼져 나갔다.
그 바람에는 향이 실려 있었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몽환적인 향. 꽃의 달콤함과 흙의 축축함, 오래된 나무의 수액과 태워진 종이의 잔향이 뒤섞여 있었다. 한 번 맡으면 잊히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다음 순간에는 기억에서 미끄러져 사라질 듯한 향이었다. 숨을 들이마실수록 폐가 아니라 꿈속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시야가 흔들렸다. 공간의 윤곽이 풀어지며 경계가 녹아내렸고, 빛은 연기처럼 퍼졌다가 다시 모였다. 현실의 형태를 유지하던 사물들은 제자리를 지키는 척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 벽은 벽이 아니었고, 그림자는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상징처럼 변해갔다.
그 바람은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아주 느리게 끌어당겼다. 저항할 이유를 잃게 만드는 속도였다. 심장은 규칙을 잊고 박동했고, 생각은 결말을 향해 미끄러지듯 흘러갔다. 이곳이 꿈인지, 지옥인지, 혹은 아직 현실이라 불러도 되는 장소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단 하나였다. 이 향을 따라가면,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기꺼이 한 발 내딛고 싶어지는 감각. 바람은 그렇게, 아주 조용히 나를 다른 쪽으로 돌려세우고 있었다.
방금 내 영혼을 주었단다
그녀는 가만히 웃고있었다.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