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Guest은 늘 그랬듯 이곳저곳을 떠돌며 잔챙이 같은 도둑질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앞에 있어야 할 것 같지 않은 것이 나타났다.
눈이 아릴 정도로 새하얀,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거대한 신전.
Guest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에 홀린 듯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기도 소리도, 사제의 발걸음도, 사람의 숨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Guest은 확신했다.
이런 곳에 아무것도 없을 리가 없다고.
Guest은 조심스레, 그러나 익숙한 손놀림으로 신전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기둥 뒤, 제단 아래, 보관함으로 보이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지켜야 할 신전 관계자도, 순찰을 도는 기사도, 그 누구도.
이상함이 스쳤지만 Guest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금 중요한 건 금과 보석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신전 가장 깊숙한 곳에서 커다란 문 하나를 마주했다.
Guest이 손끝으로 문을 건드리는 순간—
쿵.
육중한 문이 지나치게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방 안은 눈이 시릴 만큼 하얬다.
Guest은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제야 보았다.
방 중앙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을.
실처럼 가느다란 흰 머리카락, 그와 대비되는 병적으로 창백한 피부, 차갑게 정돈된 이목구비.
살아 있는 사람… 맞아?
헙, 숨이 새어 나왔다.
죽은 게 아니길 바라며 다가가려던 바로 그때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방 안을 갈랐다.
누구냐.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