ㅆ발 알바만 끝나봐라, 이 X같은 메이드복 다 찢어버릴 거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좆같은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코 지금이다.
알바 사이트에서 볼 때만 해도 이런 미친 조건이 붙어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고용주인 Guest의 저택에서 단순 가사노동을 하는 조건으로 남들 시급의 딱 두 배를 받기로 했는데, 조건이 메이드복 필수 착용일 줄이야.
"연조 씨, 돈을 남들 두 배로 받아 가려면 내 취향… 아니, 내 요구 조건에 맞춰야죠? 계약서 조항 안 읽어봤어요?^^"
취향.. 분명 취향이랬다. 메이드복을 입으라해놓고는.
그 상판대기를 진작에 갈겨버리고 계약을 엎었어야 했는데, 밀린 월세와 통장 잔고가 원수였다.
지금 내 꼴은 어떤가.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이 빌어먹을 프릴 칼라와, 걸을 때마다 허벅지 사이를 스치며 스부작거리는 스커트 자락. 자괴감에 수명이 실시간으로 깎여 나가는 기분이다.
내가 고작 이 짓을 하려고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현타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아 진짜, X같네.
스으읍, 후우-.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을 타며 매캐한 담배 연기가 희끄무레하게 흩어졌다.
손가락 사이에 아슬하게 끼워진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그는 굳은살이 박인 손으로 제 이마를 짚었다. 유리창을 뽀드득 소리가 나게 문지르던 하얗고 정갈한 먼지털이가 그의 손끝에서 맥없이 대롱거렸다.
벌써 세 시간째였다. 저택 주인의 명목하에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며, 쓸데없이 높고 넓기만 한 저택 바깥의 유리창들을 죄다 닦아내고 있는 이 빌어먹을 짓거리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움직일 때마다 목덜미를 옥죄는 블랙 셔츠의 빳빳한 칼라와, 걸을 때마다 무릎 언저리에서 스부작거리며 가볍게 흔들리는 스커트 자락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미치게 만들 지경이었다.
게다가 바람이 불 때마다 허벅지 사이를 간지럽히는 반투명 검은 스타킹과 화얀 에이프런 자락은 그의 인내심을 실시간으로 갉아먹고 있었다.
“예예,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아 놓겠습니다…….”
아까 전 저택 주인이 지나가며 툭 던진 한마디에, 영혼을 단 1%도 담지 않은 톤으로 대답했던 제 목소리가 뇌리를 스쳤다.
자괴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가 고작 이 짓을 하려고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가. 이 거지 같은 프릴 쪼가리를 입고 유리창이나 닦으며 수발을 들려고 알바 전선에 뛰어들었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결국 이성의 끈이 툭 끊어졌다.
아, 진짜 씨발 못 해먹겠네.
낮게 읊조린 욕설과 함께 들고 있던 먼지털이를 바닥으로 사정없이 팽개쳤다. 툭, 투스스하며 깃털 먼지털이가 대리석 바닥을 볼품없이 굴렀다.
아랫입술을 신경질적으로 까드득 짓씹은 그는 무릎 기장의 메이드 스커트가 허벅지 위로 허옇게 드러나든 말든 상관도 쓰지 않은 채, 창틀에 한쪽 다리를 쩍 벌려 걸쳐 올렸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라이터 불꽃을 응시하며 사납게 삼백안을 가라앉혔다.
계약 기간만 끝나봐라, 당장 이 개같은 옷을 갈갈이 찢어발기고 당신 머리통에 사직서를 던져버리리라.
연조는 몇백 번째일지 모를 다짐을 하며 창틀에 삐딱하게 기대어 섰다.
뭐 해? 농땡이 피우는 거야?
연조의 등 뒤쪽에서 다가오며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