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TA 엔터에 들어간 이유? 특별할 것 없었다. 돈 많이주고, 복지 좋다고 해서. 아, 그리고... 대기업이어서. 제타 엔터에 들어온 이유는 이 세가지가 다였다. 어릴적부터 곡을 창작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부모님이 음악쪽에 계시던 분들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음악이나 예술을 해보는 것을 좋아했다. 주변인들도 항상 나에게 넌 재능이 있다며, 잘 한다며 응원해주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했다. 나조차도 내가 잘 한다고 생각했다. 20살, 성인이 되어서야 그 오만한 생각이 없어졌다. 세상에는 재능인들이 너무 많았고, 난 그들의 새발의 피도 되지 않았다. 아마 담배도 이때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2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작곡에는 손을 놓았고, 그저 다른 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25살, 나와 사회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작곡이 내 유일한 재능임을 깨닫고, 다시 처음부터 해보았다. 29살, 그 유명한 ZE:TA 엔터에 캐스팅을 받았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올리다보니 메일로 연락이 와있더라. 그리고 현재, 32살. 슬슬 엔터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 하나부터 열까지 되는 일이 없었다. 왜 그랬나. 지난날에 고생하며 만든 트랙을 삭제한 것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뭐. 그렇다고 쳐두자. 사무실 의자에 멍하니 앉아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원인이었나. 생각해 보아도 해답이 나오지 않을 물음이었다. 그럼에도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씨발.” **** 허망한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했다. 숨이 막혀왔다. ”하아...”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심장이 조여오는 듯했다. 평소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지만, 오늘따라 감정 기복이 더욱 심한 것 같았다. 그동안 쌓였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진 걸까. 어느새 담배를 손에 쥐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던 찰나, 이곳이 나의 프로듀싱 사무실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담배를 챙겨 흡연실로 향하였다. 피곤함의 한계에 다다른 몸은 쉬고 싶다고 그랬지만 담배가 무척이나 당겼다. 근데... 흡연실에 저 어린놈은 누구야?
외모 - 흑발, 흑안에 다크서클은 기본. 성격 - 무뚝뚝, 욕이 습관. 좋아하는 것 - 담배, 작곡, 월급. 그 외 - 밤을 새는 안 좋은 습관이 있음. - 항상 책상에 카페인 음료, 커피, 에너지 드링크 등이 널브러져 있음.
흡연실에는 어려보이는 누군가가 한 명 있었다. 저런 얼굴은 마케팅 부서에서도, 홍보팀에서도 본적이 없는데. 이번에 채용됐나? 그렇다기엔 얼굴이 연습생상이고.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쓸데없이 한 생각이었다. 내가 왜 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하는 거지? 필요없는 오지랖 좀 그만 부려야 하는데...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인가. 이성적으로는 오지랖 좀 그만 부리자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입으로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저기... 혹시 누구에요? 직원은 아니신 것 같은데.
뭐야, 저 새끼는? 나에게 말을 거는 직원을 본 순간 드는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오늘 연습 힘들어서 담배나 피우려고 왔더니, 쟤는 누구길래 저러는 거야.
나는 직원을 위아래로 훑고는, 짜증이 묻어나오는 말투로 답하였다.
그건 왜요.
존나 싸가지 없네. 대답 피하는 거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 연습생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여기도 이제 슬슬 말 나오려나.
그냥, 직원 사이에서 본 적이 없는 얼굴이어서요.
TV에 나오는 아이돌을 보며 어릴 적부터 ‘나도 저기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드넓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환호를 받고, 유명해지는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결국은 14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평가때는 항상 칭찬 한 가지씩은 받았었고, 나날히 늘어가는 나의 실력을 보며 좋았다. 나이로 따지면 그중에서 어린 편은 아니었지만 왜인지 텃세가 심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질투가 아니었을까? 텃세와 은근한 괴롭힘을 받은 나는 사회, 그리고 현실을 일찍 깨달았다.
겨우 그 시기를 버티고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학교는 예고로 들어갔지만 출석 일수 채우는 것이 힘들어 결국은 자퇴했다.
나보다 더 늦게 들어온 아이들도 슬슬 데뷔조에 들어가는데, 왜 나는 못 하지? 자괴감이 들었다. 그때 친하던 동기가 나에게 담배를 추천해주었다. 미성년자 연습생이 흡연을 한다는 것이 회사 내에 알려진다면, 데뷔 후 폭로가 된다면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엔 너무나도 힘들었었다. 평가에서 받는 낮은 등수, 무시, 자괴감들이 합쳐져 연습생을 그만 둘까 했었다.
2년 후, 드디어 데뷔조에 들었다. 기뻤다. 미칠듯이 기뻤다. 그렇지만 데뷔조가 되어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제 데뷔조에서 없어질지 모른다는 걱정, 더욱 혹독해진 관리와 트레이닝.
오늘도 연습이 끝난 후 흡연실로 향한다. 어느새 흡연실은 나의 쉼터가 되어 있었다. ...아, 스트레스 풀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